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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일까?
지난달 큰애가 K기업에 출근하면서부터 나의 일상에 큰 변화가 생겼다. K기업은 월요일은 오전 7시, 다른 요일은 7시 30분이 출근 시간이라고 한다. 다행히 K기업이 우리 동네에 있어 나도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서 아들을 K기업 앞에 내려주고 회사에 출근한다. 아들이 다니게 될 회사여서 사전에 조금 알아보니 K기업은 현재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고, 30년 연속 흑자에다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시가총액에 육박하는 그야말로 초우량 강소기업이었다.

그런데 한 달 정도 지켜보니 아들의 퇴근 시간이 대부분 밤 11~12시 정도였다. 그리고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토요일에도 출근해 오후 서너 시까지 근무하곤 한다. 입사 첫날 담당 임원이 아들에게 『일본전산 이야기』를 건네며 읽으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미 짐작했지만 아마도 K기업은 직원들이 무섭게 일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전산을 롤모델로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은근히 걱정이 되어 “힘들지 않니?” 하고 물으면 아들은 처음 해보는 회사 생활이 재미있고 선배들도 다들 잘 대해줘 즐겁다고 한다. 더욱이 집이 가까워 교통비도 들지 않고 회사에서 점심과 저녁 식사를 모두 해결할 수 있어 월급을 고스란히 저축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면서 피곤하고 힘들 텐데도 즐겁게 일하며 초보 직장인으로 사회에 적응해가고 있는 아들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안쓰럽다.

그러면서 대졸 초임 연봉도 대기업에 비해 적은 편인 데다 별도의 초과근무 수당도 없는 것 같은데 과연 K기업 직원들이 오래 근무를 하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함께 출근하면서 아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음 평사원일 때는 고생하지만 2~3년이 지나 주임으로 승진하면 출퇴근 시간도 조정되고 무엇보다도 여러 가지 인센티브가 적용되어 다른 기업의 동일 직급보다 연봉이 더 높아지고, 해외 지사 근무 기회도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 이 회사는 신입사원 시절에 혹독한 훈련을 거쳐 정말 같이 갈 사람들을 선별해 그때부터 진정한 회사의 일원으로 대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오래전에 읽었던 짐 콜린스의 저서 『GOOD TO GREAT;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연구 프로젝트를 착수하면서 우리는 좋은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첫 단계는 아마도 회사의 새로운 방향,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난 후 사람들을 그 새로운 방향에 헌신, 복무케 하는 것임을 발견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와 정반대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위대한 회사로의 전환에 불을 붙인 경영자들은 먼저 버스에 적합한 사람들을 태우고 난 다음 이제 어디로 갈 것인지를 생각했다.

그들은 세 가지 단순한 진리를 이해했다. 첫째, ‘무엇’보다 ‘누구’로 시작할 경우 변화하는 세계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방향을 바꿔야 할 때 처음부터 버스의 방향을 보고 탄 사람들에게는 분명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둘째, 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 태운다면 사람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고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부분 사라진다. 그들은 내적 동력에 의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여 최선의 성과를 일구어 내려고 노력한다. 셋째, 부적합한 사람들을 데리고 있을 경우 올바른 방향의 발견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쨌거나 위대한 회사를 만들지는 못할 테니까.

아들로부터 K기업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마다 15년 동안 회사를 경영해온 나의 가치관에 혼란이 일어난다. 그동안 나는 직원들이 우리 회사에서 행복하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고 그렇게 하면 회사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행복한 회사 생활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급여, 인간관계, 근무 시간 등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물론 급여도 넉넉하게 지급하고 싶지만 이는 회사의 실적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다행히 모두 평등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 같다. 근무 시간은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으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모두 정시에 퇴근한다. 나 역시 내일 해도 되는 일이면 굳이 늦게까지 일하지 말고 정시에 퇴근해 내일 맑은 정신으로 일하자고 말한다. 연월차 휴가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그리고 대학원 공부를 위해 또는 육아를 위해 필요하다면 탄력 근무도 가능하다. 또한 순전히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업무 강도도 세지도 않고, 업무상 스트레스도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일부 직원은 우리 회사가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까지 말한다.

물론 우리 회사와 K기업의 사업 성격이나 규모가 다르다 보니 경영자의 가치관이나 회사 운영 방침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 과연 잘 하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래서 문득 ‘만일 우리 회사가 K기업처럼 소수 정예로 운영하며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10~11시까지 일하도록 하고 대신 2~3년 후에는 상당액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하면 과연 몇 명이나 남게 될까? 그리고 직원들은 더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 직원들을 보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해 최선의 성과를 일구어 내려는 생각도 약하고 노력도 부족해 보인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 걱정도 된다. ‘만일 회사 사정이나 직원 본인의 사정으로 직장을 옮기게 될 경우 우리 직원들이 잘 적응하고 행복하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기업 실적으로만 본다면 분명 K기업의 경영방식이 맞는 것 같다. 직원들이 회식이 끝난 다음에도 다시 사무실에 들어가 근무를 한다는 것을 보면 직원들 스스로 동기부여도 잘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고 직원들을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보다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GOOD TO GREAT;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짐 콜린스 지음 / 김영사 / 432쪽 / 15,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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