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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제는 ‘세상 탓’, 남의 문제는 ‘사람 탓’
내가 즐겨 보는 TV 프로 중 SBS골프 〈고교동창골프최강전〉이 있다. 해마다 전국의 아마추어 골퍼들이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를 대표하여 출전해 지역별 예선전을 통해 64강이 결정되고, 다시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를 치러 최강자를 가리는 프로다. 모교를 대표하는 4명이 한 팀을 이뤄 모교의 명예를 걸고 자웅을 겨루고, 최종 우승팀의 모교에는 소정의 장학금이 전달된다. 각 학교의 명예와 함께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이 걸려 있는 만큼 선수들의 열정도 대단하고 동문들의 응원 열기도 뜨겁다. 그러다 보니 모교의 대표를 선발하는 과정도 치열하고 대부분 아마추어 골퍼들 중에서도 최고수들이 대표로 선발된다.

그런데 TV 중계를 보다 보면 소위 아마추어 골퍼로서는 최고수들이라 할 수 있는 그 대표선수들이 연달아 OB를 내는가 하면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뒤땅을 치기도 하고 아주 짧은 거리의 퍼팅을 놓치는 등 정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니, 저 학교는 대표선수 선발을 어떻게 한 거야. 저런 실력으로 어떻게 8강에까지 올라왔지?’ 하며 혀를 차곤 했다. 물론 ‘많은 동문들과 갤러리들이 지켜보고 카메라 촬영까지 하고 있으니 긴장이 되어서 그렇겠지’ 하며 한편으로 이해하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내가 나가도 저것보다는 더 잘 치겠네’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터무니없는 자만이었음을 곧 깨닫게 되었다.

나는 매달 출판사 대표들과 갖는 정기 골프모임에 나가고 있다. 몇 달 전 회원들끼리 운동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한 사람이 우리 회원들의 골프 실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매회 대표선수 2명을 뽑아 시합을 하게 하고 편을 나누어 응원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 제안에 모두들 찬성했고, 한 달 후 정기 모임 때는 나와 실력이 비슷한 K출판사의 H대표가 선수로 나서 자웅을 겨루기로 정해졌다. 나는 H대표에게 지지 않기 위해 한 달 동안 부지런히 연습장을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한 달 후 H대표와 나는 비장한 각오로 시합에 임했다. 긴장을 한 탓인지 두 사람 모두 확실히 평소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잘못된 샷들이 나왔지만 서로 실수를 하면서 전반 9홀이 끝날 무렵까지는 팽팽한 균형을 이어갔다. 그런데 전반 마지막 홀에서 내가 친 티샷이 OB가 나면서 H대표와 2타차로 벌어지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는 ‘천고마비(천천히 고개 들지 말고 마음을 비워라)’고 주문을 외우지만 자꾸만 몸이 굳어지는 것 같았다. 후반 9홀에서는 〈고교동창골프최강전〉 프로에서 내가 야유를 보냈던, 그 어처구니없던 샷들을 내가 하고 있었다. 결국 그날 나는 평소 타수보다 무려 10타를 더 친 탓에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시합이 끝나고 나자 내 자신에게 화가 나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평소처럼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치면 됐을 텐데 왜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서야 〈고교동창골프최강전〉에 나왔던 선수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리고 그 당사자가 처한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나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거다 등등 비난하거나 나쁜 사람으로 몰아세우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전달받은 정보가 진실이 아닐 수도 있고 그 사람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사람이 원래 그렇다는 식으로 비난하곤 한다. 강준만 교수가 쓴 『감정 독재』는 인간의 이러한 경향을 심리학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그 사람 그럴 줄 알았어.” 어떤 사람이 실패를 하면 흔히 나오는 말이다. 그 사람이 어떤 특별한 상황으로 인해 실패했을 가능성도 있건만, 우리는 너무도 손쉽게 실패의 모든 이유를 그 사람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 자신의 실패에 대해선 세상 탓을 하면서도 말이다. 이는 그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은 과소평가하고, 그 상황에 의해 나타나는 성향은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사람의 행동에는 구조적 여건, 절박한 상황, 집단의 규범, 판단 착오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원인 요소들을 무시하고 성격이나 동기 등 행위자의 내적 특성 탓으로만 돌리는 오류를 가리켜 ‘기본적 귀인 오류’라고 한다. 귀인(歸因)은 특정한 행동이 발생한 원인을 추론하는 것을 뜻하는데, 귀인 오류 가운데 너무나 흔히 관찰할 수 있는 편향이기에, ‘기본적’이라는 딱지를 붙인 것이다.

귀인 이론을 체계화한 버나드 와이너는 이를 상황적 귀인과 기질적 귀인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가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상황적 귀인, 성격 자체가 흉악하다든가 하는 기질 탓으로 돌리는 것은 기질적 귀인이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는 상황적 귀인을 하는 반면, 타인에 대해서는 기질적 귀인을 하는 경향이 있다. 즉, 내 문제는 ‘세상 탓’이지만 남의 문제는 ‘사람 탓’이라는 논리다. 그래서 내가 지각을 하면 “길이 막혀서 늦었어”라고 하며 지각의 원인을 외부 세상으로 돌리지만, 타인이 지각을 하면 “분명히 늦장을 부리다가 늦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지각의 원인을 당사자 문제로 돌린다. 이런 오류가 발전해 “내가 하면 로맨스지만, 남이 하면 스캔들”인 이중 기준이 만들어지고,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원리가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골프를 인생에 비유하듯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실수나 잘못은 나 역시도 언제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내 문제는 세상 탓, 남의 문제는 사람 탓이라는 이중 논리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상대방의 처지가 되어 생각하고 이해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우리 사회는 한결 더 따뜻한 곳이 될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감정 독재』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36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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