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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양쪽 날개로 난다
얼마 전 있었던 ‘민중총궐기행사’라는 이름의 시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대립과 갈등의 골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한쪽에서는 좌파 빨갱이들의 폭력시위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구꼴통들이 헌법에 보장된 시민들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불법폭력시위로 매도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이처럼 동일한 사건을 놓고도 자신의 가치관과 입장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로 인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좌우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과 내홍을 겪고 있다.

나에게는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이 두 개가 있다. 공교롭게도 하나는 강남에서, 다른 하나는 강북에서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강남에서 만나는 모임에 나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는 좌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강북에서 만나는 모임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우파라고 말한다. 이렇게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도 때로는 좌파, 때로는 우파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은 내가 좌파인지 우파인지 잘 모르겠다.

지난번 강남 모임에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화제로 거론되었다. 한 분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것은 좌파들이라고 단정하며 좌파를 계속 운운해서, 내가 “그럼 대표님은 우파시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반면 강북 모임에서는 서울시와 성남시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청년 수당과 청년 배당이 화제로 떠올랐다. 나는 서울시와 성남시가 그러한 정책을 추진하려는 배경과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다지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순간 사람들의 눈빛이 곱지 않게 느껴졌다.

청년 실업 문제를 놓고도 두 모임에서의 의견이 완전히 엇갈렸다. 나는 최근 취업을 하지 못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있는 젊은 청년들을 위해 정부와 기성세대가 뭔가 어떻게든 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말했다. 그러자 한 분이 “그게 왜 정부 탓이고 사회 탓입니까. 각자 자신들 하기 나름이지. 물론 옛날 보다 어려워지긴 했지만 지금도 열심히 노력해 보란 듯이 성공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반면 강북 모임에서 청년 실업 문제가 나오자 모두들 정부를 비난하며 우리 사회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많은 청년들이 인터넷 게임에 빠져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음을 볼 때 청년 실업 문제가 온전히 정부나 사회 탓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자신의 이해나 가치관에 따라 좌파적 또는 우파적 견해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자신과 생각이나 성향이 다르다고 일방적으로 좌파빨갱이, 수구꼴통 등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온당치 않다. 더욱이 상대방에게 자신의 견해를 강요하거나 가르치듯 이야기하는 것은 민폐다. 나는 우리 직원들은 어떤가 궁금해서 좌파인지 우파인지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대부분은 좌파니 우파니 생각조차 없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가치 판단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를 보내고 어떤 정책에 대해서는 눈살을 찌뿌린다. 그들에게 좌파 우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저 우리 사회를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을 바랄 뿐이다.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하는 시대에 모든 사람들이 만족하는 정책이란 있을 수 없다. 한쪽에 득이 되면 다른 한쪽은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 결국 정책은 선택의 문제이고 좌파적 정책이든 우파적 정책이든 항상 옳거나 모든 사람에게 좋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 설령 상대의 견해가 나와 다르더라도 그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양광모는 그가 지은 『따뜻하고 쿨하게 공감하라』에서 이러한 이해와 공감이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를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새는 좌우 양쪽 날개로 난다. 어느 한쪽의 날개만 있으면 결국 땅으로 추락하고 만다. 보수가 반드시 악은 아니며, 진보 역시 반드시 선이라고 말할 수 없다. 게다가 개인이나 집단의 가치관은 시대정신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산물이다. 조선 시대의 가치관을 현재의 가치관으로 비난할 수 없듯이,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신세대의 눈높이에서 평가하는 것도 반드시 옳은 일은 아니다.

세상에는 사람과 계층, 국가와 민족에 따라 각기 다른 가치관이 존재한다. 미혼모, 낙태, 안락사, 사형제도, 생명공학, 원자력 발전, 부자 감세 등의 문제에 대해 사람과 사람, 국가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나타낸다. 아랍권에서는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 때문에 가족 구성원을 죽이는 ‘명예 살인’이라는 관습이 존재한다. 이렇게 옳고 그름이 명백해 보이는 문제조차 현실에서는 뜨거운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람의 신념이고, 가치관이다. 따라서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상대방을 적이나 원수가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날기 위해 함께 날갯짓을 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갈등은 선악의 대결이 아닌, 관점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공감의 폭을 넓히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와 다른 상대방의 날갯짓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것이 바로 공감이다. 공감은 우리의 삶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조직의 발전을 가져온다.


만 명의 사람이 있으면 만 가지 생각이 있다고 했다. 서로가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좌파빨갱이, 수구꼴통으로 몰아붙이지 않고 서로가 상대방의 처지와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우리 사회는 현재의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보다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따뜻하고 쿨하게 공감하라』 중에서
(양광모 지음 / 마인드북스 / 208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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