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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최근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국민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뜨겁다. 정치권 또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다. 흔히 “역사보다 더 위대한 가르침은 없다”고 한다.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단순한 진영 논리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찬반을 논하기 전에 우선 역사 인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사실로서의 역사’와 ‘기록으로서의 역사’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사실로서의 역사는 과거에 일어난 사실만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교적 객관적이다. 반면 기록으로서의 역사는 역사가의 주관적 견해가 내재된 기록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학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에드워드 H. 카(Edward H. Carr)는 서로 충돌되는 이 두 관점의 공통분모를 찾아 “역사란 사실과 역사가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말한다.

역사적 사실은 역사가가 과거의 어떠한 사실을 역사적 사실로 선택할 때 존재할 수 있다. 역사가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어떤 사실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정하고 선택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해석과 설명 체계를 세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역사가는 역사 속에서 보다 광범위한 추진력, 즉 경제적 변화와 산업화, 계급 형성과 계급 갈등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중략)

역사가들이란 그들이 속한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에 역사는 개별적인 역사가들이 과거에 대해 저술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한 사회가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다른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다. 물론 역사가들은 자신들이 품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항상 그것을 초월해야 한다. 또한 왜 자신이 역사를 저술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작업이 사회에서 어떻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중략)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역사가들도 줄곧 ‘왜?’라고 묻는다. 원인의 문제에 대해 역사가가 접근하는 첫 번째 특징은 한 가지 사건에 몇 가지 원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어떤 수험생이 ‘1917년 러시아에서는 왜 혁명이 일어났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단 한 가지 원인만 쓴다면 성적은 하위권에 머물 것이다. 역사가라면 러시아의 군사적 패배, 전쟁 부담으로 인한 경제 붕괴, 볼셰비키의 교묘한 선전, 정부의 무능, 레닌의 확고한 결의 등 경제적, 정치적, 사상적, 개인적 원인들을 나열할 것이다. 이 물음에 대해 수험생이 러시아 혁명에 대한 원인을 10가지 이상 들고 나서 그것으로 만족한다면, 그 성적이 중위권은 몰라도 상위권에 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식은 풍부하나 상상력이 부족하다’라는 것이 채점관의 평일 것이다. 진정한 역사가란 여러 원인의 상호관계 속에서 어떤 계통 질서를 설정하며, 가능하면 어떤 원인을 ‘궁극적인 원인’으로 볼 것인가를 결정하려는 직업적인 의무를 느낄 것이다. 주제에 대한 역사가의 해석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역사에 관한 모든 논의는 결국 어떤 원인을 위에 두어야 하는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이처럼 역사란 역사적 의미라는 관점에서 본 선택의 과정이다. 역사란 실재에 대한 단순한 지적인 태도가 아니라 인과적인 태도의 선택적 체계이다. 역사가가 자신의 목적에 맞는 의미 있는 사실을 넓은 사실의 바다에서 가려내는 것처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인과의 연속, 바로 그것을 무수한 원인과 결과의 연쇄 속에서 뽑아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역사가의 주관이 들어가게 마련이고, 역사에는 어디까지나 상대성이 따라다니는 법이다.


예부터 만 명의 사람이 있으면 만 명의 생각이 있다고 했다. 또한 상황에 따라 또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일은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그만큼 굳이 역사가가 아니더라도 역사적 사실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굴절되어 나타난다. 나아가 오늘날은 모든 시대 가운데 가장 역사의식이 발달한 시대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하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근현대사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예민한 주제 중 하나가 5·16 군사정변(혁명)일 것이다. 얼마 전 있었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순진 합참의장은 2001년 석사논문에서 5·16 군사정변을 군사혁명으로 표기한 것에 대해 질의가 쏟아지자 역사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답변을 계속 회피하다가, 끝내는 “5·16에 대한 (군사정변이라고 판단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대답했다. 그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는지 아니면 여전히 군사혁명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그만이 아는 일이다. 또한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5·16을 군사혁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시대와 정권이 바뀜에 따라 5·16에 대한 해석이 또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카가 말한 대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고, 또한 시대를 막론하고 지배적인 집단은 다소 강제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대중의 의견을 조직하고 통제하려 하기 때문에.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상에는 역사를 보는 다양한 생각과 해석이 존재하고 그것을 부정하거나 한쪽으로 몰아가려 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올바른 교과서란 어떤 것일까? 그 올바르다는 것은 누구의 시각에서 올바른 것일까? 또한 그 교과서를 모든 국민들이 올바르다고 생각할까? 그리고 그렇게 해서 과연 국론이 통합될 수 있을까? 국론의 통합은 획일적인 역사의 주입과 암기식 교육이 아닌 다양한 생각들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올바른 교과서를 국정화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기술한 여러 교과서 중의 하나로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하여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상상하며 토론함으로써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진정으로 올바른 역사 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역사란 무엇인가?』 중에서
(에드워드 H. 카 지음 / 베이직북스 / 256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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