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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준수가 해법이다
삐리리릿…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넘었다. 큰애가 이제야 퇴근을 한 모양이다. 며칠째 아침 7시경에 집을 나서 밤 12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온다. 보통 때도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하니 하루에 13 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셈이다. 어쩌다 조금 늦게 일어나면 지각할까 봐 허겁지겁 집을 나선다. 출근 시간은 있는데 퇴근 시간은 없다. 근무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큰애가 입사한 이후 거의 1년 동안 회사를 그만둔 직원들이 10명도 넘는다고 했다.

젊은이들의 취업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젊은이들이 눈높이를 낮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러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큰애가 근무하는 것을 보고는 저러다 병이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큰애가 몸담고 있는 K기업은 코스닥 상장 회사이고 보유 현금성 자산이 시가 총액에 육박하는 우량기업이다. 이런 회사가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야근, 휴일 근무 규정 등도 아예 없다. 답답한 마음에 혹시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고용노동부 관할지청에 가서 K기업의 이러한 실태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직원 본인이 신고하기 전에는 고용노동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본인이 신고를 하려면 결국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텐데 다른 방법이 없냐고 묻자 담당 공무원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해보라고 대답했다.

우리나라 현행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주당 40시간을 근무하고, 초과 근무 및 휴일 근무의 경우 1.5~2배의 초과 근무 수당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에 온갖 예외 조항들이 있고, 많은 기업들이 정해진 연봉에 초과 근무 및 휴일 근무 수당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식의 포괄임금제라는 편법을 사용해 빠져나가고 있다. 야근 및 초과 근무는 대기업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80번 넘게 입사원서를 쓴 끝에 삼성전자에 입사한 신입직원이 새벽까지 이어지는 야근과 빡빡한 일과로 인해 6개월을 못 채우고 퇴사를 한 뒤 선생님이 되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조경제를 외치며 서비스산업기본법 등 다양한 법안들을 국회에 제출하고, 기업에게 압력을 넣거나 때로는 읍소하며 신규 채용을 늘려줄 것을 당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과연 정부가 일자리를 확대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정부가 진정으로 일자리 확대와 국민들의 행복을 원한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기업들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준수하도록 철저히 시행하는 것이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로 근로기준법을 시행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엄중하게 처벌한다면 정부가 그토록 외쳐대는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나누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기업은 직원들에게 야근이나 초과 근무를 시키지 않는 대신 노조와 협의하여 급여를 하향 조정함으로써 그만큼 신규 채용을 늘릴 수 있고 직원들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감독이 있기 전에 기업이 스스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업의 창조와 혁신도 가능하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업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4,075만 원으로, 일본 대기업 신입사원 연봉 2,800만 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신입직원의 연봉을 회사 이미지와 연계시켜 경쟁적으로 높여 온 탓도 있다. 이제 부디 그런 겉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연봉을 3,000만 원만 준다고 해도 여전히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릴 것이고 그 절약된 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늘리면 대기업에 다니더라도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줄어들어 중소기업도 좋은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일부 기업들은 주 4일 근무를 실시하고 있어 직원들이 ‘불금(불타는 금요일)’이 아니라 ‘불목’을 즐긴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편에서는 새벽까지 야근하고 주말에도 근무해야 하는데 한편에서는 불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생이니 국민화합이니 외치는 정치권을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다. 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 취업자의 근로시간은 1인당 연평균 2,124시간으로 OECD 국가 34개국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상당수가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휴게 시간과 유급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이는 그만큼 국민들의 행복지수 저하로 연결된다. 지난해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함으로써 1조 3,100억 원의 내수 진작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통해 국민들의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 여유로운 삶과 함께 내수도 늘어나 경제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가 기업들로 하여금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도록 철저히 감독하고 사회 전반에 건전한 근로 문화가 확산되도록 한다면 일자리 확대, 국민의 삶의 질 향상, 국민들 간의 위화감 완화, 경제 활성화 등 많은 것을 이루어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사정을 감안해야한다며 현재의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태도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은 결국 직원들의 근로 의욕 저하, 이직률 상승, 소비 감소 등으로 이어져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 5대 법안 중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포함되어 있지만 여전히 온갖 예외 조항과 모호한 내용 투성이고 가장 문제가 되는 포괄임금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결국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시행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4·13 총선 공약 중 하나로 칼퇴근법과 함께 포괄임금제 전면 금지의 도입을 내세운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내건 공약(空約) 같아 그다지 순수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부디 여야를 막론하고 위정자들이 절망에 처한 청년들과 국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주기를 소망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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