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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건져 올리기
2009년 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가져온 경기 침체의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희망과 기대보다는 두려움과 불안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고 있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자금 압박에 몰려 도산할 위기에 직면해 있고 규모가 큰 기업들도 감산과 함께 구조조정을 목전에 두고 있어 많은 개인과 기업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일 전망이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제 개인과 기업 모두 생존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가 노력해도 때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이럴 때 세상을 비관하고 좌절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다가온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성숙한 마음으로 대처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가난해져 조금 불편이야 하겠지만 허리띠를 졸라매고, 눈높이를 낮추면 결코 행복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1995년 철학과 교수직을 뒤로하고 전북 부안으로 낙향해 농사를 지으면서 ‘변산교육공동체’를 설립하여 대안교육을 하고 있는 윤구병 씨는 최근 저술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를 통해 우리에게 비록 가난하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좀더 가난하게 사는 길, 좀 더 힘들게 사는 길, 좀 더 불편하게 사는 길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공생의 길입니다. 제가 가난하게 살면 그만큼 이웃이 가난을 덥니다. 제가 힘들게 일하면 그만큼 이웃의 이마에 흐르는 구슬땀이 걷힙니다. 제가 불편하게 사는 만큼 이웃이 편해집니다.

참 이상한 세상이 되어버렸어요. 병자가 아닌 다음에야 몸 편하면 마음도 편하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자꾸 몸 아끼고 도사리는 버릇이 늘어가요. 저는 허겁지겁 차에 실려 발 동동 구를 때보다 느긋하게 걸을 때 마음 편한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마음이 편해야 살맛이 나지 몸만 편하고 마음이 불편하면 무슨 살맛이 있겠어요? 힘들게 일하는 건 싫다고요? 지나치게 힘들면 그야 일할 맛이 가시지요. 그러나 과로가 아니라면 몸으로 때우는 게 얼마나 상큼한데요. 땀 흘려 일해보아야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막걸리 맛이 얼마나 기가 막힌지 알 수 있습니다. 다 좋다 쳐도 가난은 지긋지긋하다고요? 강요된 가난은 그렇겠지요. 당장 끼니가 걱정되는 가난은 원수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선택하는 가난한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난은 나눔을 가르쳐줍니다. 잘 사는 길은 더불어 사는 길이고, 서로 나누며 더불어 사는 길만이 행복에 이르는 길입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지난 5년 동안이 제 삶에서 가장 행복한 때라고요.


성공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의 세태에 휩쓸려 지나치게 경쟁에 매몰되다 보면 정신과 육체가 피폐해져 결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성공과 행복에 이를 수 없다.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면 부유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행복한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다.

얼마 전 필자는 평소 존경하는 한 분을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 분은 최근에 증권업협회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심하다가 끝내 사양했다고 한다. 그 분은 그 요청을 받고 자신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리고 자신이 앞으로 어떠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물론 그 자리가 명예롭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그 자리가 요구하는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과 현재 누리고 있는 삶 그리고 가족과의 시간 등 많은 것을 희생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양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성공하고 보자 끝까지 올라가고 보자는 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보면 자칫 삶에 있어서 소중한 것들을 너무 많이 희생해야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 수준에서 멈출 것인가 그리고 내려놓을 것은 무엇인가 또한 나에게 있어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불우이웃 성금이 더 많이 모이고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을 보면 윤구병 씨의 말대로 가난하게 사는 것이 공생의 길인 것 같다. 조금 가난해짐으로써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커져 우리 사회가 보다 따뜻해질 수 있다면 가난은 축복이다.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 부닥치면 마음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세상적인 욕망과 물질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번다한 것들을 내려놓고 대신 소중한 가족과 좀더 많은 시간을 같이 하고, 우리 주변과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진정한 성공과 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비록 외부적인 경제 환경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지거나 가난해진다하더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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