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한국 땅을 밟은 한 탈북 새터민이 이 자유의 땅에서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 척박한 북한 땅에서 헐벗고 굶주리면서도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가 자유의 땅에 와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정말 남한에서 살기가 북한에서 살기보다 그토록 힘들었을까. 상대적 빈곤감과 따돌림, 육체노동 이외에는 달리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막막한 현실, 그리고 가장으로서 느껴야 했던 엄청난 삶의 무게 등 그 사람의 절절한 사정과 마음 상태를 상세하게 알 수 없어 섣불리 말하는 것은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만 삶이 특별히 그에게만 가혹한 것만은 아니다. 그가 자유와 풍요의 땅으로 생각했던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대다수 역시 때때로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토록 어려운 삶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필자가 늘 곁에 두고 삶의 지침서로 삼고 있는 스캇 펙의 저서 『아직도 가야 할 길』 속에서 그 해답을 생각해보았다. 스캇 펙은 이 책의 서두에서 삶이 고해(苦海)라는 평범한 진리를 이해하고 수용하게 될 때 비로소 삶의 문제에 대해 그 해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삶은 고통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스캇 펙은 결국 삶의 승패는 우리가 삶을 살아나가면서 직면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얼마나 잘 해결해 나가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며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삶의 문제들은 우리를 괴롭고 비참하게 만들기도 하며, 때로는 죄책감, 분노, 두려움, 초조, 절망 속으로 던져 넣기도 한다. 이렇듯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끊임없이 계속되므로 삶이란 항상 어렵고, 기쁨만큼이나 많은 고통으로 가득 차게 된다. 삶의 승패는 이러한 문제들을 얼마나 잘 해결해 나가는가에 달려 있다. 삶의 문제들은 우리에게 용기와 슬기를 요구하며 우리는 문제를 통해서만 지적으로나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들 대다수는 고통을 두려워하고, 가능한 한 문제들을 피하려고 하고 심지어는 고통을 잊기 위해 약물을 먹고 자신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고통을 회피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 방법은 자기 훈련이다. 이것은 문제를 직시하고 문제가 야기하는 고통을 건설적으로 경험하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이루어내는 데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기술이 있다.

첫째, 즐거운 일을 뒤로 미루기. 이것은 삶의 즐거움과 고통의 시간적 우선순위를 조절하는 간단한 일이다. 하루하루의 생활 가운데서 괴로운 일과 즐거운 일을 계획적으로 짜되, 고통을 먼저 겪은 뒤 즐거움을 갖게 되면 그 즐거움을 더 잘 즐길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둘째, 스스로 책임을 지기. 즉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고통을 회피하려고 한다.

셋째, 진실에 충실하는 훈련, 진실이란 현실 그대로이기 때문에 현실을 명확히 볼수록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보다 나은 준비를 갖추게 된다. 현실에 대한 우리의 견해란 지도와 같아서 그걸 지표로 삶의 모든 영역을 판단하게 된다. 만일 지도가 정확하다면 우리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고, 어떻게 목적지에 도달할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지도가 거짓되고 부정확하다면, 길을 잃게 될 것이 자명하다. 우리는 스스로 지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도를 만드는 데 따르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도가 정확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그것을 수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정보들을 끊임없이 받아들여 자신의 지도를 수정해야 한다. 이 과정은 마치 고문을 당하는 것처럼 괴롭다. 진실에 충실한 삶이란 이러한 고통을 감수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엄중하게 성찰하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넷째, 균형 잡기. 성숙한 정신 건강에 필요한 것은 서로 모순되는 욕구와 의무와 책임과 방향 등을 융통성 있게 균형 잡는 능력이다. 이러한 균형 잡기 훈련에서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포기’인데, 이것은 삶을 통해 거듭 배워야 하는 교훈이다. 균형이란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이며, 그것은 고통스럽기 때문에 일종의 훈련이다. 우리는 이 훈련 과정을 통해, 포기함으로써 포기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포기에 따르는 고통은 죽음과도 같은 고통이지만, 낡은 것의 죽음은 새 것의 탄생이다. 한 인간의 위대함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그가 얼마나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가에 있다.

삶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혹시 다른 사람들은 고통 없이 마냥 행복한데 자신만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나는 지금 괴롭고 힘든 일을 먼저 하기보다는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먼저하고 있지 않는가? 현재 당면한 상황이 나의 행동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또는 세상 탓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는 않는가? 나는 지금 현실을 외면하거나 애써 무시하고 변화를 거부하며 나의 지도를 수정하기를 거부하고 있지는 않는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자신을 단련하고 부단히 학습하는 충실하고 정직한 삶의 자세를 잃지는 않았는가? 상반된 욕구와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있지는 않는가? 고통스럽지만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 가지고 있는 것을 과감하게 포기해야 하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지는 않는가?
삶이란 끊임없는 자기 훈련을 통해 스스로를 성숙시키는 과정이며 결국 수많은 갈림길에서 자신이 선택한 결정들의 총체적 결과임을 잊지 말자.

- 『아직도 가야 할 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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