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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지 않는 삶
얼마 전 우리나라의 위대한 영적 지도자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으로 온 국민이 큰 슬픔에 잠겼다. 김수환 추기경은 자신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떠났다.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서슬퍼런 독재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대쪽처럼 직언을 서슴지 않는 용기, 그리고 아무것도 소유하려 하지 않았던 무소유의 삶은 그가 떠난 후에도 오랫동안 우리들 마음속에 깊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그 분이 평생에 걸쳐 몸소 실천해온 무소유의 삶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거짓과 비리, 치열한 다툼과 갈등, 그리고 몰염치와 탐욕으로 가득한 이 시대에 신선한 한줄기 바람으로 다가온다. 너무 오래 사용해 군데군데 부러져 있는 안경테, 광택이 사라지다 못해 녹마저 슨 성작과 성반 등의 유품은 김 추기경의 무소유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천상병 시인이 말했듯이 아름다운 이 세상에 잠시 소풍을 나왔다가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과 함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천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인데 왜 우리는 이러한 유한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애를 쓰는 것일까. 물론 뭔가를 소유하게 되면 그것을 사용하고 누리는 즐거움도 있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기쁨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소유는 부담이고, 집착을 불러일으켜 우리를 죄와 불행의 길로 이끌기도 한다. 우리 모두 이처럼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소유의 기쁨과 불행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소유의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그로 인해 고단하고 불행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법정 스님은 자신이 쓴 『무소유』에서 소유가 얼마나 큰 집착이며 부담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지난해 여름까지 난초 두 분을 정성을 다해 길렀었다. 3년 전 거처를 지금의 다래헌(茶來軒)으로 옮겨왔을 때 어떤 스님이 보내 준 것이다. 나는 그 애들을 위해 관계 서적을 구해 읽고, 하이포넥스인가 하는 비료를 구해 오기도 했다. 여름철이면 서늘한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겨 주고, 겨울에는 실내 온도를 내리곤 했다. 이런 정성을 일찍이 부모에게 바쳤더라면 아마 효자 소리를 듣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렇듯 애지중지 가꾼 보람으로 이른 봄이면 은은한 향기와 함께 연둣빛 꽃을 피워 나를 설레게 했고, 잎은 초승달처럼 항시 청청했다. 우리 다래헌을 찾아온 사람들도 싱싱한 난초를 보고 한결같이 좋아했다.

지난해 여름 장마가 갠 어느 날 봉선사로 운허노사를 뵈러 간 일이 있었다. 한낮이 되자 장마에 갇혔던 햇볕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앞 개울물 소리에 어울려 매미들이 있는 대로 목청을 돋구었다. 아차! 그제야 생각이 났다. 난초를 뜰에 내놓고 온 것이다. 모처럼 보인 찬란한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졌다. 뜨거운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 잎이 눈에 아른거려 지체할 수가 없었다. 허둥지둥 돌아와 보니 아니나다를까 난초가 축 늘어져 있었다. 안타까워하며 샘물을 길어다 축여 주고 했더니 겨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어딘지 생생한 기운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나는 이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착한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난을 가꾸면서부터는 산철 ‘승가의 유행기(遊行期)’에도 나그넷길을 떠나지 못한 채 꼼짝할 수가 없었다. 분(盆)을 밖에 내놓고 외출하려다가 뒤미처 생각하고는 되돌아와 들여놓고 나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 지독한 집착이었다. 며칠 후, 난초처럼 말이 없는 친구가 놀러 왔기에 선뜻 그의 품에 분을 안겨 주었다. 비로소 얽매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날아갈 듯 홀가분한 해방감, 3년 가까이 함께 지낸 ‘유정(有情)’을 떠나보냈는데도 서운하고 허전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앞섰다.

이때부터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난을 통해 무소유(無所有)의 의미 같은 걸 터득하게 됐다고나 할까.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으며,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 든다. 그 사람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하면서. 제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힘들여 얻었거나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일구어낸 것들을 포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무소유가 가져다주는 자유함과 행복은 소유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기쁨보다 훨씬 더 크고 소중한 것이다. 미래산업의 정문술 사장이야말로 무소유의 행복을 잘 보여준 인물이다. 죽음의 절망 속에서 일구어낸,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미래 산업을 종업원들에게 넘겨주고 은퇴와 함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뒤 정문술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용궁에 갔다 온 사람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는 ‘없음’의 극한을 경험해 본 사람이다. 짐 부리고 난 뒤의 청량감이 이토록 절실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오히려 ‘없음’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돈을 포기하고 나니, 더 가져야겠다는 욕심과 지켜야 한다는 초조감, 가지고 지키기 위해 사람들을 속이고 이용해야 한다는 자괴감 등등의 온갖 번뇌까지 말끔히 사라졌다. 버림은 소유의 끝이 아니라 소유의 절정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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