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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는 새로운 성장 동력
(생각의나무 / 이성미 지음 / 408쪽 / 23,000원)

『제국의 미래』의 저자인 에이미 추아는 고대 페르시아부터 로마·네델란드·몽골·영국을 거쳐 오늘날의 미국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존재했던 세계 초강대국들은 하나같이 ‘다원적’이고 ‘관용적’인 나라들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 제국들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인종, 종교, 배경을 따지지 않고 능력과 지혜를 갖춘 인재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용이란 ‘인종, 종교, 민족, 언어 등 여러 면에서 이질적인 개인이나 집단이 그 사회에 참여하고 공존하면서 번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인종의 용광로로 불리는 미국이 오늘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관용에 힘입은 바 크다. 그리고 관용과 이민족에 대한 개방성을 상실했을 때 제국은 여지없이 몰락하고 말았다.

여성가족부 행정관리담당관인 이성미 씨는 최근 저술한 『다문화 코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으며 이제 그동안 우리의 의식 속에 잠재되어 온 백의민족이라는 순수 혈통주의에서 벗어나 개방과 관용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180개국 121만 명 (2010.6.30 현재)으로 수원시 인구와 비슷한 규모다. 2009년에는 47개국에서 2만 5천 명이 귀화했다. ‘태국 태씨’, ‘몽골 김씨’, ‘대마도 윤씨’, 대치동에 산다는 ‘대치 김씨’처럼 그들의 시조가 되는 새로운 본(本)이 4,884개나 생겼다. 세계 속의 한국이 아니라, 한국 속에 또 하나의 세계가 들어와 있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로 나가 광부로, 간호사로 일했고 많은 여성들이 미군 또는 일본 농촌의 노총각들과 결혼해 낯선 타국에서 무시당하고 차별당하며 살아야만 했던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조금 더 잘 산다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코리언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외국인들을 차별하고 편견을 가지고 대하고 있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은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사람들로 그들은 우리 사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노인들만 살던 농촌지역에 30년 만에 젊은 새댁이 들어와 김치전과 호박전을 부쳐서 이웃 어른들과 인정을 나누고, 폐교 위기의 농촌학교가 아이들로 인해 생기를 되찾았다. 또 만일 외국인 근로자가 없다면 화학약품, 염색공장 등 3D업종과 농축산ㆍ수산업은 내국인 근로자에게 훨씬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상품 값을 올릴 수밖에 없으며 자칫 문을 닫아야만 할 수도 있다. 더욱이 다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률과 가장 빠른 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가 직면하게 될 고용 악화, 생산성 저하, 투자 위축, 연금 부담 등 수많은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비극적으로 끝나는 집단맞선과 불행한 결혼, 일자리를 빼앗김으로써 더욱 빈곤층으로 내몰리는 내국인들, 외국인의 범죄율 증가 등 다문화의 확산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다문화는 편익과 비용이 함께 존재하지만 한국이 더욱 크게 도약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인종과 문화를 뛰어넘어 외국인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보다 관용적인 태도를 취해야만 한다. 나아가 정책적 차원에서도 다문화가족이 우리 사회 한 부분의 주류로 설 수 있도록 언어와 문화 그리고 감수성을 개발하고 이러한 다양성이 국가의 번영을 이끌 수 있도록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문화의 수용은 이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해야만 한다. 한동안 <겨울연가>, <대장금> 등 드라마들을 필두로 중국, 일본, 타이완, 필리핀, 베트남을 비롯하여 전 아시아를 휩쓸었던 ‘한류(韓流)’ 열풍이 이제는 크게 퇴조하고 있다. 한류의 열기가 식은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가 한류 열풍을 패권주의적 민족주의 감정과 경제적 이익에 사로잡혀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문화는 서로 다투는 대상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소통과 공감이 중요하다. 최근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서 급격하게 확신되고 있는 반한(反韓) 정서는 이러한 소통과 공감의 부재에서 오는 필연적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문화의 국경은 무너졌고 특정 문화는 더 이상 고고한 민족적 유산일 수 없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우리나라도 다문화가 우리사회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다문화 가정을 위한 자녀교육비 지원, 자활사업 긴급지원, 다문화사회 공공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들 개개인이 외국인들을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편견과 차별 없이 대하고 진심으로 배려하고 대우해야만 한다.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해외동포들이 그곳에서 잘 살 수 있는 것도 그 나라 국민들이 우리의 동포들을 차별하지 않고 그들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주었기 때문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에 정착해 삶의 터전을 일구어가고 있는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고국에서 찾지 못했던 희망을 이 나라에서 발견하고 부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진심으로 환영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자. 그리하여 그들이 제2의 조국인 대한민국의 훌륭한 구성원이 되고 그들의 자녀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인재로 성장할 때 대한민국은 한 단계 더 성숙한 국가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 북코스모스, 최종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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