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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행동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2010년 12월 20일 오후 2시 30분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우리 군은 마침내 포 사격 훈련을 개시했다. 이번 사격 훈련을 놓고 여야를 비롯하여 국민들 상당수가 ‘비겁한 평화’ 또는 ‘명분도 이익도 없는 만용’이라고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한편에서는 우리 영토 내에서 이루어지는 정당한 훈련이며 자주 국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실행해야만 했다고 주장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쓸데없이 북한을 자극하여 국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우리의 정상적인 훈련에 대해 북한이 억지 주장으로 일관하며 또 다시 도발을 일으킬 경우 자칫 대규모 확전으로 이어져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국민 모두가 떨칠 수 없었다.

그러나 북한이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의 만행을 통해 의도한 것은 우리의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킴으로써 우리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요리하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계속되는 북한의 만행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층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 정당한 훈련조차 하지 못하고 물러선다면 우리는 북한의 심리적 노예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때로는 두렵더라도 불의에 과감하게 맞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2400여 년 전 고대 그리스의 장군 크세노폰이 보여준 용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실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BC 4세기에 페르시아 왕위 계승자 중 한 명인 소(小) 키루스(Cyrus the Younger, 페르시아 황제 다리우스 2세와 파리사티스 사이의 둘째 아들)는 왕권을 놓고 그의 형제와 맞서기 위해 10,000명에 달하는 그리스 용병을 고용했다. 당시 그리스군은 세계 최고의 보병으로 통했다. 크세노폰은 이 그리스 용병 중의 한 사람이었다. 키루스는 막강한 그리스 용병을 확보함으로써 형제의 압도적인 군세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소 키루스 측에 유리하게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전투에서 소 키루스가 그만 전사하고 말았다. 페르시아군은 그리스 장군들에게 그리스군의 철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휴전 회담을 제의했다. 여기에는 모두가 비무장 상태로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이것은 함정이었다. 그리스 장군들은 회담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페르시아군에 의해 포위되었고 순식간에 몰살당하고 말았다. 졸지에 지휘관을 잃은 그리스 군사들은 바빌론에서 적군에게 포위된 채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페르시아인들은 그들을 죽이거나 노예로 팔아버릴 심산이었다.

장군들이 피살된 후 그리스 진영은 엄청난 공포에 휩싸였다. 혼란과 망설임이 진영 전체를 지배했고 군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크세노폰은 장군이 아니었고, 심지어는 고위급 장교도 아니었다. 모두가 말만 앞세울 뿐, 행동을 외치는 사람은 없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두려웠다. 그들은 페르시아군이 자기들을 가능한 한 많이 죽이고 생존자들을 노예로 팔아버릴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많은 병사들이 페르시아군과의 대화를 원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모종의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크세노폰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지금 팔짱만 낀 채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그냥 늙은이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 만약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늙기는커녕 바로 죽어버리고 말 거야!” 마침내 그는 앞으로 나서 동료들에게 협상의 희망은 없다고 잘라 말하며, 적이 원하는 것은 우정이나 타협이 아니라 우리의 죽음이나 노예상태라고 단언했다. 크세노폰은 이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오로지 두려움을 떨치고 당면한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해나가는 것뿐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리스 군사들은 그를 장군이자 총사령관으로 선출했다. 사령관이 된 크세노폰은 즉각 부하 장군들을 임명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리더십 원칙을 가르쳤다. 그는 한 마디로 준비된 리더였다. 그리고 장장 5개월간 사방에서 몰려오는 적들과 사투를 벌였고 마침내 페르시아로부터의 탈출에 성공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는 크세노폰의 리더십을 극찬하고 그가 저술한 『카이로파이다이아』를 리더십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저서이자 리더십에 관한 최고의 책이라고 평가했다. 크세노폰이 보여준 용기는 리더들을 포함하여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이 상당히 근거가 있을 때에도 그 두려움의 조언에 귀 기울여서는 안 된다. 아무리 어렵고 위험하다 해도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모두가 두려움과 혼란에 쌓여 있을 때 담대한 용기와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었던 크세노폰은 2400여 년을 뛰어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행동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외치고 있다.


- 『피터 드러커, 리더스 윈도우』 중에서
(윌리엄 코헨 지음 / 쿠폰북 / 386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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