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금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는 국가의 생산력 저하, 소비경제 저하, 의료 및 복지비용의 증가, 빈부격차 확대 등을 비롯해 수많은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OECD 회원국 중 한국은 65세 이상 노령인구와 전체 인구의 소득 빈곤율의 차이가 30.5%로 1위를 차지했고 노인자살률도 1위의 불명예를 얻었다. 지난 10년 사이에 노인 자살이 3배나 늘었고 65세 이상 자살률이 65세 미만 자살률보다 4배나 높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자살의 가장 큰 이유는 질환·장애가 40.8%로 가장 큰 원인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이 29.3%, 외로움과 가정불화가 각 14.2%, 10.4% 순이었다. 결국 늙어서 병들어 고생하는 것과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외로움 등이 많은 노인들을 자살로 몰아넣은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느 누구도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삶의 과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세상사 모두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의 삶은 얼마든지 달라지고 우리의 육체 또한 건강해질 수 있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엘렌 랭어가 저술한 『마음의 시계』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몸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마음을 통해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일도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거나 불가피함과 싸울 방법은 없다. 시간에 잠식당하면서 우리는 나이를 먹고 젊음의 활력은 추억이 될 뿐이다. 고질적인 병이 생겨 건강과 기력을 차츰 좀먹어 갈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기껏해야 품위를 잃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일단 병이 찾아오면 우리는 현대 의학에 의지하며 끝까지 희망을 가지려 노력하지만, 시간의 행진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혹시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1970년대에 동료 주디스 로딘과 나는 요양원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결정을 더 많이 내리도록 장려하는 실험을 했다. 이를테면 방문객을 맞이할 장소라든지, 요양원에서 보여 주는 영화를 볼 것인지의 여부 등을 직접 결정하도록 하는 식이었다. 또한, 각자 돌볼 화분을 선택하고 그 화분을 방 어디에 둘 것인지, 물을 언제 얼마나 줄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우리의 의도는 요양원에 사는 노인들이 좀 더 의식을 집중해서 세상과 맞부딪치고 각자의 삶을 보다 충만하게 살도록 돕는 것이었다. 반면, 두 번째 집단인 대조군의 노인들은 그처럼 스스로 결정을 내리라는 권유를 받지 않았다. 그들에게도 화분이 지급되었지만 요양원 직원들이 돌볼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1년 6개월 후 첫 번째 집단인 실험군 구성원들이 대조군보다 더 쾌활하고 활동적이며 건강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적극적인 생활을 한 노인들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았던 대조군 구성원들 사망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낮았다.

결국 나는 선택의 힘이, 그리고 그 힘으로 인한 개인의 통제력 증가가 동일한 노인들에서 서로 다른 결과를 낳았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비물질적인 정신에서 물질적인 육체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리는 쥐를 보면 맥박이 빨라지고 피부에 땀이 배어 나오면서 공포의 징후를 나타낸다. 또, 소중한 사람을 잃는 상상을 하면 혈압이 상승한다. 이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몇 년 후인 1979년 나는 또 한 가지 실험을 시도했다. 마음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을 때 인간의 생리 상태에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우선 실험참가자로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남성 노인들 16명을 선정한 뒤 각각 8명의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눴다. 그리고 옛 수도원을 찾아 1959년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실험군 8명은 1주일 동안 마치 자신들이 20년 전인 1959년에 사는 것처럼 1959년에 일어났던 일들을 현재 시제로 이야기하고 행동하게 했으며 자기 소개서에도 젊은 시절의 사진을 붙이게 했다. 1주일 뒤에 대조군 8명 역시 같은 수도원에서 1주일 동안 생활하게 했다. 그러나 대조군은 자기소개서에 나이가 든 지금의 사진을 붙이고 현재 시점에서 20년 전을 회상하며 말하고 행동하게 했다.

1주일간의 은둔 생활 뒤 각 그룹의 신체 지수를 검사한 결과 자신이 젊어진 것처럼 생활했던 실험군 8명은 키, 몸무게, 자세, 걸음걸이, 지능 등에 있어서 대조군보다 크게 좋아졌고 1주일 전에 비해 훨씬 더 젊어 보였다. 결국 나는 마음이 육체를 지배하는 힘이 실로 엄청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개념에 불과할 뿐, 둘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시각이 더 유용할 수 있음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정신과 육체를 본래대로 결합하여 다시 한 사람이 된다면 우리가 마음을 어디에 두든 몸도 따라가게 될 터였다. 다시 말해서, 마음이 진정 건강한 곳에 있다면 몸도 따를 것이므로, 우리는 마음을 변화시킴으로써 몸의 건강도 변화시킬 수 있다.

나는 이제 생물학이 숙명이라는 사실을 점점 믿지 않게 되었다 우리를 울타리에 가두는 것은 신체적인 자아가 아니라 신체적인 한계를 믿는 우리 자신의 사고방식이다. 이제 나는 건강이나 질병과 관련하여 우리가 반드시 옳다고 믿으며 따르는 의학 지식들 중 그 어느 것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점차 자신이 쇠퇴해가고 있고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지병이 있다거나 중한 병이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으면 마치 사망선고라도 받은 것처럼 지레 겁을 먹거나 자포자기하여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우리 몸은 마음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삶 자체 또한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따라서 아무리 중한 병에 걸렸더라도 그리고 현실이 아무리 절망적이라 하더라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음을 돌린다면 우리의 삶은 분명 달라질 수 있다. 부디 우리 모두 마음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젊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 『마음의 시계』 중에서
(엘렌 랭어 지음 / 사이언스북스 / 320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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