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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최근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G20 회원국 39개국을 대상으로 성장동력, 삶의 질, 환경, 인프라 등 4개 부문의 국가경쟁력 지표 순위를 매긴 결과, 한국의 ‘삶의 질’은 하위권인 27위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급격히 증가했는데도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는 정체하고 있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이 정체되는 현상, 소위 ‘이스털린의 역설’이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성장과 사회통합, 성장과 환경의 조화를 이루는 발전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거리로 나선 대학생들,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투쟁하는 근로자들, 생활고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가장들, 서울역 역사에서 내몰린 노숙자들 등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들을 보면 이 보고서가 지적한 대로 우리의 삶의 질이 결코 높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숫자상으로는 국민소득 2만 불을 넘어섰다고 하나 양극화의 심화, 계층간의 갈등 등으로 인해 국민들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지수 또한 전 세계에서 하위권을 맴돌 수밖에 없다.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KDI가 지적한 대로 성장과 사회통합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의지가 현실화되고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또한 정부가 아무리 노력을 기울이고 사회 환경이 개선되고 소득이 높아지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는 없다. 결국 행복은 각자 삶의 주인인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그렇다면 행복은 어떻게 오는가. 서강대학교 김열규 교수는 자신이 쓴 『행복』에서 행복은 스스로 가꾸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그러기에 행복은 삶의 지표이고 또 보람이다. 행복의 행幸은 ‘다행 행’으로 읽는다. 복福은 아예 ‘복 복’이라고 읽는다. 풀이되는 말과 풀이하는 말이 같은 셈이다. 이래서는 전혀 뜻풀이가 되지 않는다. 읽기만으로는 행복의 정체가 잡히지 않는다. 이렇게 풀리지 않는 것이 행복이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이어서 꼬집어 말하기가 마땅치 않은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1만 명의 사람에게 1만 가지의 행복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기쁨이나 즐거움을 맛볼 때, 만족스러울 때, 보람을 느낄 때 그리고 무엇인가 마음에 들 때, 아니면 마음이 편할 때 흔히 ‘행복하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다. 무엇인가 좋은 것이 듬뿍 주어졌을 때 우리는 행복을 실감한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다른 사람에게 잔뜩 베풀었을 때도 우리는 행복감에 젖는다. 이 모든 마음의 경지가 행복일 것 같다. 행복은 그렇게 알록달록하다. 단순하지가 않다. 인생이며 삶에 따라서 또 사람에 따라서 행복은 그 모양새며 무늬며 빛깔이며 가치를 달리한다. 사랑이며 정이 행복을 맺어주듯이 사업이 행복의 열매를 맺게 할 수도 있다. 어른들 같으면 직업이 그리고 일거리가 행복을 잉태하듯이 아이들에게는 운동이며 공부며 놀이가 행복감을 자아낼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은 행복의 텃밭이 마음임을 일러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삶의 고비마다, 삶의 국면마다, 삶의 정황마다 행복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음도 일러준다. 삶은 살기에 따라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행복의 꽃동산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말풀이로는 까다롭지만 실제 삶에서 행복은 또렷하고 알뜰하기 마련이다. 그렇다. 행복은 각자 하기 나름이다. 크게는 살기 나름이고 작게는 행동하기 나름이다. 행복을 말할 때마다 그것이 우리 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마음으로 다져두어야 할 것이다. 각자가 행복의 주인이고 또한 주체이다.

오늘날 우리 인생은 경제적 풍요며 물자의 풍요에 얽혀 있다. 그것들에 매달려 있다. 우리는 그것에서 행복의 지표를 찾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첫째 몰골이다. 둘째 몰골은 더한층 딱하다. 행복이 선물이나 경품처럼 주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니 복이란 밖에서 주어지는 피동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복지사회니, 복지국가니 하는 말들이 그걸 부채질하고, ‘복표福票’나 ‘복권福券’이란 말에 주목한다. 복표나 복권은 요행수를 노리는 것들이다. 이렇게 되면 복은 운수소관이 되고 만다. 요컨대 돈에 겹친 물질적 풍요와 피동적인 요행수, 그 둘에 오늘날 우리가 그렇게도 바라마지 않는 행복이 걸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 타락일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는 바람직한 행복의 모습에 더한층 마음써야 한다.

첫째, 행복의 궁극은 보람된 일의 성취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 마침내 내가 해냈구나!” 바로 이 한마디에 행복이 있다. 둘째, 누구에게나 행복은 긍정적인 자아실현이자, 자기 실천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야, 드디어 내가 여기에 이르렀구나!” 바로 이 한마디, 그 탄성에 우리의 행복이 있다. 셋째, 이처럼 일의 성취와 자아실현이 자기만족을 넘어 사회에 대한 베풂이 되고, 사회에 대한 사랑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아, 결국 내가 우리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었구나!” 바로 이 한마디, 그 다짐으로 우리의 행복은 완성된다. 이 세 가지를 마음에 새기고 복을 쌓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행복을 스스로 만들고 창조하는 것이 된다.

최근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카드론 대출이 대폭 늘어났다고 한다. 주가 폭락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거나 저가에 주식을 매수할 기회라고 생각해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탐욕은 결국 화를 부르고 행복을 앗아간다. 지금 내가 불행한 처지에 있다면 그것은 내가 스스로 불행의 늪으로 빠져 들었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행복은 결코 요행수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국가가 주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겪게 되는 수많은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달려 있기에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 『행복』 중에서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40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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