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경제포털
뉴스  ·  증권  ·  부동산  ·  금융  ·  자동차  ·  창업  ·  교육  ·  세무  ·  헬스  ·  BOOK  ·  블로그   
등록예정 2024년 4월 등록예정 도서요약
북다이제스트
        
아이디/패스워드 찾기
회원가입
INFO BOOK
나는 좌인가 우인가?
금융자본과 다국적 기업의 탐욕을 비판하는 월가 점령 시위를 비롯하여 유럽발 경제 위기와 함께 ‘우리는 99%다’라는 현수막을 내세운 소위 가지지 못한 자들의 시위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대립과 갈등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그로 인해 좌와 우가 갈리고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고 있다. 최근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일명 ‘나꼼수’)로 인기를 끌고 있는 《딴지일보》총수 김어준은 인터뷰 형식으로 저술한 『닥치고 정치』에서 인간은 타고난 기질 때문에 좌, 우로 갈린다고 주장한다.

자, 이제 사바나 시절로 돌아가보자. 대단히 동물적인 자연인 상태였던 그 시절 그들의 좌, 우는 어떤 것이었을까? 어떤 동물이건, 물론 사람도 포함해서, 그 태도를 결정하게 만드는 건 결국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해, 하나는 욕망이고 다른 하나는 공포야. 간단하게 말해 살고 싶은 건 욕망이고, 자기 존재를 위협하는 건 공포지. 그럼 공포는 어떤 모양이었을까? 사자일까? 천둥과 벼락을 내리치는 하늘?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었다고 생각해. 숲속에서 언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것, 미지의 자연 재해, 그런 불확실성, 나는 이게 공포의 원형질에 해당한다고 봐.

이 불확실성이란 공포에 대처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방식이 바로 좌, 우다. 난 그렇게 생각해. 우는 기본적으로 세계를 약육강식의 전쟁터로 이해한다고. 그렇게 생존이 상시로 위협받는 환경에선 내가 더 강한 포식자가 되어,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더 악착같이 그걸 독점해. 우선 내가 살아남아야겠다. 그게 난 굉장히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그들이 인지하는 세계에선 자신이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는 게 도저히 죄가 될 수 없는 거야. 당연한 생존의 권리지. 그래서 더 강한 자가 더 약한 자를 지배하는 것도 죄일 수가 없어. 마땅한 권리 행사일 뿐이지.

자기가 강해서 획득한 자산, 그걸 남에게 뺏기지 않을 권리, 그렇게 확보한 자산의 차이로 만들어지는 위계, 그렇게 형성된 계급의 유지, 그 유지를 위해 필요한 질서, 그 질서의 지속적 보장, 그들이 인지하는 세계에선 그런 것들이 무척 중요해지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그 격차로 인한 불평등은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이치가 되는 거야. 뒤처지거나 약한 건 전부 자기 탓이니까. 노력만으론 개인이 극복할 수 없는 사회구조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아.

결국 우는 공포에 지배당하는 자들이 보여주는 본능적 대응이야. 그래서 난 우는 세계관이 아니라 반응이라고 생각해. 공포와 마주한 동물의 반응. 그래서 우의 엔진은 공포라고. 그 공포를 경쟁 대상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표정은 엄숙, 비장한 것이고. 그렇게 불확실성이란 공포를 상대하는 동물적 반응, 이런 건 기질적인 것이고 타고나는 거라고 봐. 우는 본능적이고 일차원적이잖아.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는 것이 나를 둘러싼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보다 쉽고 자연스럽거든.

우가 세계를 약육강식의 정글로 보고 내가 먼저 포식자가 되어 살아남아야겠다는, 공포에 대한 동물적 반응이라면, 좌는 정글 그 자체가 문제라고 접근하는 이들이야. 개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자원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어차피 제한된 자원이니 이걸 두고 경쟁만 해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좌도 정글의 불확실성이 두려운 건 마찬가지지만, 좌는 그 공포를 잘게 나눠 각자가 담당해야 하는 공포의 몫을 줄여서 해결하려 하는 거라고. 우가 본능적 반응이라면, 좌는 논리적 대처야. 그래서 각자가 처리해야 하는 공포의 크기를 균등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이 대목에선 평등이 아주 중요한 가치로 등장하게 되는 거지. 그래서 우가, 쎈 놈은 더 가져가도 된다는, 질서와 위계를 당연시하는 수직적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좌는 누구나 같은 조건에선 같은 정도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지. 내 결론은 그래. 좌, 우는 기본적으로 타고난 기질이다. 좌, 우의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일부러 그렇게 반응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생겨먹어서 그렇게 반응이 나오는 거다.

물론 시대 상황이나 학습의 결과로 우의 기질을 타고난 이들이 좌의 이념 체계를 머리로는 받아들일 수 있거든. 시대가, 정권이 하도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이니까 도저히 그들과 한패가 될 수 없어 젊은 시절 좌의 이념 체계를 받아들인 자들이, 가진 것이 늘어나면서 애초 타고난 우의 기질대로 가는 거다. 그러니까 자기 욕망이 자기 염치를 이기는 시점에 그들은 돌아간다. 그래서 난 그건 변절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복귀라고 본다. 김문수, 이재오 같은 사람들.

‘인간은 기질적으로 좌, 우로 태어난다.’ 과연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만으로 복잡한 인간의 내면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세상의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내겠다고 나서고 있다. 충분히 먹고 살만하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사회의 붕괴를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결국 자신들에게 유리하니까 라고 치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인간은 물론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분명 이타적 유전자도 존재한다.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 만큼이나 아파하고 타인을 도울 때 더 큰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어느 한 인간이 기질적으로 좌다 우다 말하는 것은 인간의 복잡하고 신비한 내면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면이 없지 않다. 사람에 따라 좌와 우의 기질이 많고 적음은 있겠지만 대다수의 인간은 좌와 우 양쪽의 기질을 모두 가지고 있고 더 나아가 이타적 유전자도 가지고 있다. 다만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상황에 따라 때로는 좌파적으로 때로는 우파적으로 행동하는 것 아닐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과연 좌인가 우인가? 인간은 그만큼 복잡하다.


-『닥치고 정치』 중에서
(김어준 지음 / 푸른숲 / 329쪽 / 13,500원)
번호 | 제목 | 날짜
97 ‘그리고 저 너머에’서 우리를 찾아오는 ‘뜻밖의 발견’이라는 선... 2012년 02월 29일
96 함께 가니 아름답지 아니한가 2012년 01월 26일
95 새해의 화두, 소통 2011년 12월 23일
94 나는 좌인가 우인가? 2011년 11월 29일
93 리더가 갖춰야 할 덕행, 九德 2011년 10월 26일
92 카나리아의 소리를 들으라 2011년 09월 26일
91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2011년 08월 30일
90 일곱가지 사회적 대죄 2011년 07월 25일
89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2011년 06월 27일
88 여유를 갖고 꿈을 즐겨라 2011년 05월 27일
단체회원가입안내
독서퀴즈이벤트
나도작가 신청안내
무료체험
1분독서영상
한국독서능력검정 신청
모바일 북다이제스트 이용안내

인재채용 | 광고안내 | 구독신청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서비스문의 이용문의:mkmaster@mk.co.kr
회원문의:usrmaster@mk.co.kr
매경닷컴은 회원의 허락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공개, 유출을 하지 않으며 회원정보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