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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사회적 대죄
최근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세상은 점점 풍요로워지고 편리해지면서 더욱 좋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사람들은 갈수록살기가 어렵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이고 있다. 어려서부터 입시 위주의 교육에 찌들려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아 힘겹게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가까스로 취업을 해 가정을 이루고 나면 천정부지로 솟는 전세금이나 내집 마련을 위해 그리고 자녀들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등골이 휜다. 내집을 마련하고 자녀들이 크고 나면 어느 새 정리해고나 명예퇴직 대상자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머지않아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들은 30년 이상 남은 노후가 걱정이다.

국가 전체 무역 수지는 매년 사상 최대 흑자 기록을 갱신하고 대기업들은 계속해서 호황을 누리며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부유층들은 더욱더 부유해지는데 우리 사회의 구성원 대다수는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수백 통의 이력서를 제출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절망하는 젊은이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노숙자들, 벼랑 끝에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가장, 그리고 끊이지 않는 생계형 범죄들. 이와 같은 극심한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러한 상태가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정말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신학자인 짐 월리스는 그의 저서 『가치란 무엇인가』에서, 간디가 지적한 ‘일곱 가지 사회적 대죄’를 통해 이러한 의문들에 대해 답하고 그 해결책으로서 도덕의 회복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그 동안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제대로 돌아가게 한다고 믿어 왔으며, 의사결정에서 도덕을 논할 필요가 없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시장에 맡겨 놓은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손은 ‘공동선(共同善)’과 같은 매우 중요한 이상을 내팽개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상황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2009년 1월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나는 세계의 기업 지도자들에게 간디가 말한 ‘일곱 가지 사회적 대죄’를 이야기했다. 간디가 자신의 수행 공동체인 아쉬람(Ashram)에서 젊은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말한 이 ‘사회적 대죄’는 다음과 같다.

1. 원칙 없는 정치
2. 노동 없는 부
3. 도덕 없는 상업
4. 양심 없는 쾌락
5. 인격 없는 교육
6. 인간애 없는 과학
7. 희생 없는 예배

일자리가 사라지고, 집이 차압되고, 예금이 무효화되고, 미래에 대한 소망이 꺼져 갈 때 그 사회의 위기는 심화된다. 1930년대의 대공황은 경제적 불평등이 극에 달함으로써 초래된 결과였다. 시장은 결코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 시장이라는 경제적 수단의 이면에는 도덕적 적자(moral deficit)가 자리잡고 있다. 『국부론』에서 우리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할 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두가 이익을 얻는다고 주장했던 아담 스미스는 일찍이 『도덕 감정론』에서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의 이익을 더 많이 고려하는 것이 인간 본성의 완성이라고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가치라는 올바른 토대 위에 세워 놓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덕을 회복해야만 한다.

선거 때마다 표심을 붙잡기 위해 공약을 남발하고 개인적 이해관계나 당리당략에 따라 원칙도 소신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철새 정치인들. 권력이나 지위를 이용하여 재물이나 향응을 탐하는 공직자들, 문어발식 확장으로 영세상인과 중소기업들을 고사 위기로 몰아넣는 대기업들, 눈앞의 돈벌이에 급급하여 유해 식품을 공급하고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 파렴치한 사람들. 불야성을 이루고 쾌락을 충동질해대는 수많은 유흥업소와 퇴폐업소들, 입시 위주의 교육에 압도되어 전인교육을 상실한 학교의 위기,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의 존엄성과 주체성을 위협하고 있는 과학기술과 물질만능주의, 자신을 희생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사마리아인의 선한 마음은 잃어버린 채 형식적 예배와 그들 끼리만의 교제와 무리 짓기에 몰두하고 있는 종교인들.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은 간디가 지적한 ‘일곱 가지의 사회적 대죄’가 야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 사회는 결코 존속할 수 없고 결국 우리 모두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나는 과연 일곱 가지 대죄로부터 자유로운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위기를 초래하는데 나 역시 어느 정도 기여하지 않았을까? 이제부터라도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 풍요로운 세상의 혜택을 누리며 더 큰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현재 나 자신의 위치에서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정치가들은 정치에 뜻을 품었던 초심으로 돌아가 원칙과 소신을 지키고, 공직자들은 부당한 돈이나 향응을 탐하지 않는 청렴을 지키고, 기업가들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절제를 통해 무분별한 소비와 쾌락의 유혹을 이겨내고 한편으로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을 배려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안녕과 질서를 생각하는, 공동체의 건전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 『가치란 무엇인가』 중에서
(짐 월리스 지음 / IVP / 294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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