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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 - 시인 김현승
한국인의 귀에도 설지 않은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오나시스라는, 하필이면 플라톤의 이름만이 빠졌는지 그 까닭을 알 바 없는, 길기도 한 이름이 있다. 그 아카데믹한 이름과는 동떨어지게 해운업으로 금세기 굴지의 거부가 된 그리스의 선박왕이라는 사나이의 이름이다. 아니, 이렇게 복잡하게 설명을 하기보다는, 죽은 미국의 대통령 케네디의 부인이었으며, 한때 세기의 퍼스트 레이디였던 재클린과 결혼하여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나이라면 아마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 사나이의 가십이 한동안 잠잠하더니 다시 주간 신문에 굵직한 활자로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만은 자극적인 제목이 붙은 기사가 아니다. 그와는 매우 반대가 되는, 그에 대한 가장 불행하고 가장 슬픈 이야기이다. 그의 막대한 재보와는 너무도 대조가 되는 단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뜻밖의 교통사고로 잃었다는 것이니, 그에 관한 소문에 있어 이보다 더 불행한 일은 도무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 사나이의 이러한 돌발적인 소문을 들으면서 즉각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은 그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도 소중한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을 살려낼 수가 없었던가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사람들의 이러한 생각이야말로 얼마나 부질없는 것일까? 세계의 많은 재산을 소유하였으니 그에게는 인간으로서의 불가능은 불가하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불가한지 모른다.

기독교인들이 애독하는 성경에는 한 부자에 대한 비유가 있다. 이 부자는 가을에 많은 곡식을 곡간에 쌓아 놓고 앞으로는 마음껏 먹고 마시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러나 이 생각을 하고 잠든 그날 밤 그를 창조한 신이 그의 목숨을 거두어 가면 어찌할 테냐고 이 비유의 작가는 반문하고 있다.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모르는 인간에게 인간의 한계를 가르쳐 주고 일깨워 주는 비유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에게는 불가능이 없다는 확신을 인간 자신에게 주고 있다. 이 신념은 나의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어휘가 없다는 나폴레옹의 소박한 호언장담은 아니다. 그와는 비교도 안 되게 정확한 과학적 근거와 경험을 토대로 한 확신이다. 그리고 이 확신이 인간에게는 필요하고, 이 확신에 의해 인류는 무한히 발전하고 번영을 즐길 수 있으며 이 인류의 번영 속에서 각자 국민들은 경제적인 혜택과 생활의 안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신념이 빈약한 국민은 또 그만큼 침체 속에서 헤맬 것이다.

그러나 이 인간의 무한한 신념 속에서도 인간은 또한 인간의 한계를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인간의 지혜이다. 인간 능력의 무한을 강조하는 것이 인간의 신념이라면, 인간 능력의 유한을 깨닫는 것은 인간의 지혜이다. 이 신념과 이 지혜를 알맞게 갖춘 인간만이 오늘의 세계와 앞으로의 세계를 지도하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구약의 <창세기>에는 바벨탑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기록되어 있다. 당시의 인간들이 모여 하늘 끝까지 인간들의 능력으로 탑을 쌓고자 공사를 대대적으로 착수하였다. 그러나 탑의 높이가 어느 만큼 올라갔을 때 신은 인간들의 공든 탑을 무너뜨려 버리셨다. 그리고 인간들의 언어를 여러 가지로 나누어 버리셨다. 이리하여 인간들은 탑 쌓기를 단념하고 같은 말을 쓰는 사람끼리 따로따로 흩어져 넓은 지상에 분포케 되었다.

<창세기>의 이 이야기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하늘까지 쌓으려는 탑을 허물어 버린 것은 신이 인간에 대한 신의 짓궂은 장난이나 방해가 아니었던 것이다. 부질없는 인간에게 인간의 한계가 스스로 있음을 신은 알게 하여 주신 것이다. 그리하여 불가능한 것에 정력을 소비하여 버리기보다는 가능하고 필요한 것, 곧 신이 인간에게 허여하신 자유로운 지상에 널리 흩어져 이웃을 사랑하며 공존공영하라고 가르쳐 주시는 처사였다.

오늘날의 우주 탐방을 가리켜 일부에서는 지상에 쌓이고 쌓인 어려운 문제들은 해결도 못하면서 광대한 하늘을 향하여 막대한 돈을 뿌리는 것이 인간이 해야 할 일이냐고 자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볍게 들으면 부질없는 불평 같기도 하지만, 깊이 생각하면 그 또한 이유 있는 불만이다.

하늘의 끝까지 만일 간다면 거기에는 지엄하신 신이 계실 것이다. 그 신이 우주인에게 너희들 지상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너희들이 상관할 바 아닌 신의 나라에까지는 무엇 하러 왔느냐고 물으신다면 그 물으심에 우주인과 그들을 보낸 지상의 인간들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1973년)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중에서
(김현승 지음 / 삶과꿈 / 247쪽 /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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