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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곱사등이 - 평론가 이태동
독일의 유명한 민요집 <소년의 마적>에는 카프카가 즐겨 읽었다는 다음과 같은 민요가 나온다.

내가 지하실에 내려가 / 포도주를 꺼내려 할 때, / 작은 곱사등이 거기 있어 / 나의 술 항아리를 가로채네. / 내가 부엌에 들어가 / 수프를 만들려 할 때, / 작은 곱사등이 거기 있어 / 나의 작은 그릇을 깨뜨렸네. / 내가 방에 들어가 / 잠자리를 만들려 할 때, / 작은 곱사등이 그곳에 있네. / 온몸을 흔들며 웃고 있네. / 내가 걸상 위에 무릎을 꿇고 / 기도를 올리려 할 때, / 곱사등이 사나이가 방 안에 있네. / 귀여운 아이야, 네게 간청하노니 / 작은 곱사등이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렴.

이상한 내용을 담은 이 독일 민요는 망각 속에 묻혀 있는 인간의 심리가 취하고 있는 부조리한 양상을 우화적인 인물을 통해 탁월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여기서 지하실과 방은 인간의 내면세계이고 ‘작은 곱사등이’ 사내는 저주받은 인간이 지닌 악마적인 요소를 나타내는 상징적 이미지인 듯하다. 이 독일 민요가 형상화하고 있는 우리의 내면세계는 지극히 우울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 민요에 대해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끌리는 것은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우리는 이러한 어두운 현상을 외면 세계에 있는 힘으로 막연히 생각하고 두려워했지만, 그것은 우리의 내면세계에도 있다. 오늘날 과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천둥과 번개, 홍수와 가뭄 같은 것을 정복하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의 내면세계에도 완전히 억제할 수 없는 무서운 힘이 있다. 그 힘은 개인적인 영역에 있는 것처럼 보여도 오히려 개인의 의지 밖에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카인이 동생인 아벨을 죽였다든지, 맥베스가 덩컨 왕을 살해한 행위, 로미오와 줄리엣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 등은 모두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어두운 힘이 작용했기 때문 아닌가? 많은 신학자와 철학자, 그리고 시인들은 이러한 무서운 힘을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사탄의 힘과 관련지어 생각한다.

이러한 문맥에서 볼 때, 이 독일 민요에서 기도하는 사람은 ‘작은 곱사등이’와 별개의 존재로 생각되지만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민요 속의 주인공이 아름답고 경건한 모습으로 기도를 하는 것도 그의 마음속에 ‘곱사등이’가 상징하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일정한 시간을 살다가 죽고, 또 아침에 찬란하게 솟아올랐던 태양이 저녁이면 지는 일을 끝없이 반복하는 것은 신이 만든 우주 가운데에 ‘곱사등이’와 같은 불완전한 존재가 있기 때문 아닐까.

우리는 저주받은 듯한 ‘곱사등이’를 보기 싫어한다. 그러나 만일 이 우주나 인간 가운데 ‘곱사등이’와 같은 존재나 현실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붉게 물드는 석양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할 것이다. 또 신에게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의 모습도 보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날이면 날마다 잘못을 저지르고 기도하면서 반성하는 생활을 하는 것도 모두 ‘곱사등이’와 같은 불완전한 존재 때문이리라. 우리 일을 방해하지만, 그를 위해 기도드려 달라고 하는 것은 그가 저주만 받을 악마가 아니라, 역사적 현실처럼 착하고 선한 존재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위선적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세계엔 ‘작은 곱사등이’와 같은 존재가 없다며 외부적으로 나타난 불완전한 형태나 모양을 저주하고 그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들도 자신의 내면에서 이러한 ‘작은 곱사등이’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들을 만나도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기도드리지 못하면, 그는 결코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인간이다. 완전한 존재를 향해 반성하고, 용서받기 위해 기도를 드리지 않는 사람은 참다운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다.

사실 투명하게 생각해 보면, 다른 생명을 죽여 만든 음식을 먹는 것도 죄고 죽음을 전제로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도 죄다. 그러나 엄격한 의미에서 죄를 짓지 않으면 인간은 결코 존재할 수 없으리라. 불완전함이라는 모순은 분명히 부조리한 것이지만, 그것은 인간만이 지닌 귀중한 재산일 것이다. 완전한 것을 사랑하기는 쉽지만, 불완전한 것을 사랑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불완전한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가 일을 하는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실천하는 길이고 방법이다.

언제나 우리의 내면과 주변을 돌아보고 완전하고 아름다운 것보다 누추하고 불완전한 것에 시선을 주고 사랑하며, 그것을 위해 기도하자. 아이에게 초라하게만 보이는 ‘작은 곱사등이’가 ‘온몸을 흔들며 웃고’ 있는 것은 자신에 대한 자조일까, 아니면 아이의 기도와 더불어 자신의 곱사등을 펼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일까. 어떠한 경우라도 좋다. 다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작은 곱사등이’를 위해 경건하게 기도하는 것이다.


-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중에서
(이태동 지음 / 김영사 / 298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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