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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떠나간 남편을 그리며
남편 하용조 목사의 손은 인간적으로 못생겼었다. 마치 망치 같아 보였다. 나는 그의 손을 잡을 때마다 어떤 연장을 잡고 있는 것처럼 느끼곤 했었다. 그러나 그의 손길은 또 얼마나 섬세하고 부드러웠는지, 나는 그가 소천한 후 그의 손길이 아무 곳에서도 찾아지지 않는 것 때문에 많이 울었다. 마치 젖꼭지를 빼앗긴 아기처럼. 엄마의 손을 놓쳐 버린 아이처럼 나는 그의 손길이 없어진 것에 망연자실하고는 삶의 의미를 상실한 듯 아직도 울고 다닌다. 맑고 하얀 눈물의 샘이 온천이 된 듯 뜨거운 진흙탕처럼 질척거리는데 그의 손길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며칠 전 구름으로 이불을 폭 싸 놓은 동네의 길을 지나 한 계곡을 바라보았다. 지하의 온천물이 솟구쳐 나와 분수처럼 흐르는 모습을 보며, “여보, 수천 년 동안 저런 모습을 보여 주는 물줄기도 있는데… 당신의 손은 왜 그렇게 일찍 사라졌지?” 했다. 나는 그와 함께 걸었던 산속 길에 아직도 덮인 하얀 눈을 바라보며 그의 발자욱을 찾고 있다가 사람의 인기척을 듣고는, “여보, 도망가지 마!” 했다. 나는 그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아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가 가자 나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가 잡아 주고 있던 나의 온유함과 인내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었다. 집안의 가장으로서 또 나 자신의 신세 지지 않는 삶을 세우기 위해 나는 깊은 암흑의 혼돈 속을 드나들었다. 우선 이러한 나의 삶이 정립되기 전에는 사람들을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만나기가 두려웠다. 그가 없는 이곳에서 삭막한 사막에 사는 전갈같이 차가운 땅을 찾아 누워 버리는 나의 모습이 보기에 좋아서 그는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없애 버린 것일까?

그의 언어는 체에 밭친 고운 가루처럼, 마치 쟁반에다 놓아둔 은구슬처럼 뭉치기도 하고 혼자서 댕글댕글 구르기도 하며 사람의 마음을 기쁘고 따듯하게 만들어 주곤 했었다.
“Dalleen, 세상에서 계속 반복되는 형상 중에 모양이 같아 보이면서도 절대 같지 않은 것을 말해 봐.”
“육각형으로 된 눈의 형상들, 인간들의 생김새, 쌀눈의 모양들….”
나는 한 다섯 개를 말하고 나서 더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오늘 또 발견했지. 해변에 부딪혀서 부서지는 파도들과 매일 펼쳐지는 아름다운 노을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어머니같이 따듯한 당신의 모성애라는 것을 말이야.”

그의 목소리는 발성법이 동그랗고 예뻤다. 우리가 여행을 하다가 노천극장 같은 곳에 이르면,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마리오 란자나 된 것처럼 불러 주었었다. 관객이 오로지 나 한 명인데 그렇게 열심히 부르면 어떻게 하냐고 하면 내 뒤로 손을 가리켰다. 지나가다가 노랫소리를 듣고 들어온 관중들이 박수를 쳐 주었다. 인사를 드린 다음,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을 부르면 관중들이 앙코르를 외쳤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는 차로 가서 줄이 하나 끊어져서 알아서 잡아맨 바이올린을 가지고 와서 배꼽인사를 드리고는, 를 열광적으로 연주해 주었다. 관중들이 동전을 그의 바이올린 통에 던지자 그는 오히려 5불씩을 건네주며, “Thank you for listening to my humble music. Please have an ice cream corn on your way home!” 하며 거리의 광대처럼 굴었다.

그는 언제나 나를 설득하기보다는 문제를 던져 주고 내가 자신의 생각을 함께 나누다가 분석을 통해 어떤 결론에 도달하여 이해해 줄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끌었던 것 같다. 늘 마지막에는 이해를 해줘서 고맙고 자신도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항상 서로가 심리적인 안정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가 곁에 있으면 나는 안정제를 하나 먹은 사람처럼 모든 염려가 사라지는 것을 느끼곤 했다. 그도 그의 인생의 후반기에 나에게 특별한 사랑의 고백과 함께, 본인에게 가장 평안한 안정감으로 인생을 살도록 해 준 내가 하나님의 선물이었다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 가든지 천국의 첫 번째 문에서 기다리고 있기로 약속하곤 했다.

“당신은 사람을 볼 때 가장 눈여겨보는 점이 뭐예요?” 하면, “사람이 아무리 학식이 많고 재주가 많아도 성품이 귀여워야 좋아하게 돼 있어.” 했다. 그는 심각하거나 지나치게 거룩한 경향을 가진 사람들을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좀 실수가 있더라도 자기 논리를 펴며 항변하기보다, 변명 않고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해요” 하고 싱긋이 웃는 사람을 좋아했다.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은 변화가 되는 것이지 성가시게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던 말을 이제야 생각해 본다. 인간이 어떻게 살면 밉상이 아니고 귀엽게 보일까?

그는 자녀들에게 많은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팀이 되어서 극복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대하라는 부탁을 나에게 하곤 했다. 예쁘고 귀여운 사람으로 남아 있게 하자고 했다. 결국에는 귀여운 부모들이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며 친구가 된다고 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귀여운 부모가 되는지 막연하여 어색해했었다. 이제 혼자된 내가 어떤 태도로 자식들에게 여생을 사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인가 하는 숙제를 나는 아직도 답하지 못하고 있다.

- 『쿠사츠의 봄』 중에서
(형기 지음 / 두란노 / 208쪽 /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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