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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라인홀트 메스너는 1944년 이탈리아 남티롤 태생으로 국제적 전위 등산가다. 해발 팔천 미터가 넘는 히말라야의 설원과 계곡 빙벽들을 무산소로 홀로 등반한 신비한 알피니스트. 그가 그의 체험을 통해 남긴 산에 대한 저서는 『검은 고독 흰 고독』, 『낭가파르바트를 혼자서』, 『거대한 암벽』 등 십여 종이 넘는다. 어느 책을 보나 산에 대한 그의 정신의 편력이 생생하게 휘날린다.

해발 오천삼백 미터만 넘어도 그곳에서 오래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간이 그 높은 곳에 정착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칠천오백 미터 이상의 죽음의 지대. 메스너는 그 죽음의 지대를 위험을 무릅쓰고 산소통 없이 어떤 트릭도 쓰지 않고 오르내리는 사람이다.

그 앞에 놓인 엄청난 고난들. 추락과 부상과 두려움과 고독. 그리고 끝내 이르게 되는 죽음. 그러나 신비로운 것은 그 엄청나고 무서운 고난들이 그의 발길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어이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체 무엇 때문에? 자살자가 아닌가? 그러나 부질없는 질문. 그에게선 오히려 이런 대답마저 나온다.

“죽음의 지대라는 극한영역에서는 거의 불안을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한계영역에서 생이 새로운 차원으로 인식되지요. 나와 세계가 완전한 합일을 이루고 있다는 감정까지 발생합니다. 한계영역에서 존재의 차원은 더 넓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알피니스트들은 자살자와 가장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소통을 메지 않고 고산에 이르는 이유를 메스너는 단순히 그 무엇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연의 최고 지점에서 자기 자신을 체험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어찌 단순히 그만의 갈망이랴! 그는 알피니스트이지만 지극히 내적 인간이다. 그의 의식 밑바닥에 깔려 있는 정신적 영역들은 그곳으로 통하는 통로를 알지 못하는 한 쉽게 이해되진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만물이 형성되는 소재를 자기 안에 가지고 있는 영적 존재라는 걸 메스너를 통해 다시 확인한다. 메스너는 그러한 내적 인간의 정신활동만이 기술의 발달을 넘어서 인간을 한층 진화시키리라 믿은 것 같다.

지금도 부상당한 몸을 일으켜 다시 산에 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될 때까지 가고 또 갈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살고 또 살고 있듯이.

***

침울함이 몸과 마음에 너무 스며서 어떻게든 그 상태를 이겨내지 않으면 그대로 잦아들고 말 것 같은 느낌일 때, 그런 때가 누구한테나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로맹 롤랑이 쓴 『베토벤의 생애』를 읽는다. 베토벤은 그 이름 자체가 정열과 불굴의 창조력을 느끼게 한다. 의지의 상징이라고 말하면 또 어떨는지.

하지만 나는 베토벤의 정열이나 그의 창조력에서 힘을 얻는 게 아니다. 그의 불행에서 힘을 얻는다. 그의 정열에 거름이 된 것은 불행과 고독이었음을 새삼 확인할 때마다 어떻게 이게 한 사람의 인생인가, 탄복하곤 한다.

초라한 집안의 다락방에서 태어나, 괴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살림은 빈곤하고, 사랑은 실패하고, 음악가로서는 치명적인 귓병을 앓았던 그의 삶. 얼마나 삶이 무거웠으면 그의 표정을 두고 ‘치료하기 어려운 슬픔’이라고 했을까. 하지만 베토벤은 1819년 2월 1일, 빈 시청에 보낸 편지에 이렇게 쓴다.

“선량하고 고귀하게 행동하는 인간은 단지 그 사실 하나만으로 불행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내 삶으로 입증하고 싶다.”

그의 삶이 황량함으로 일그러질수록 그의 음악이 빛난 이유가 이것이 아닐는지. 그는 어제를 살다 갔지만, 끊임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오늘로 있다.

- 『아름다운 그늘』 중에서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348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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