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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잠자리
가을 하늘에 홀연히 나타난 한 무리의 하늘잠자리. 참 가볍다. 얼마를 덜어 내야 저만큼 홀가분할 수 있을까. 중력조차 따돌린 가붓한 부상. 내장을 토해 낸 듯 홀쭉한 배, 햇빛을 투과시켜 버리는 삽상한 날개. 어디에도 어두운 그림자 같은 것은 없다. 투명하다.

투명한 것들은 자주 침묵한다. 무엇을 더 해명하랴. 이미 속속들이 들켜 버린 것을. 말을 입는 순간 자명한 진실도 모호해져서는 뒤뚱거리게 되는 법. 종파에 관계없이 수행의 기본이 묵상인 것은 그 때문이리라.

하늘잠자리의 침묵은 그러나 고행승의 그것처럼 무겁지 않다. 맑고 밝고 가볍다. 이루려는 자의 침묵이 아니라 이룬 자의 침묵 같은 것. 그런 회심의 침묵에서는 언제나 맑은 향기가 난다. 모진 겨울을 견뎌 낸 가지 끝에 비로소 핀 한 송이의 매화처럼.

날고 있다. 파란 하늘 속을 꿈꾸듯 날고 있다. 손이 닿을 수 없는 높이에서 나부끼는 우리의 꿈과 사랑과 희망처럼, 꼭 그만한 높이에서 한 마리의 하늘잠자리가 날고 있다. 땅이란 험한 현실을 딛고 서기에는 여섯 다리로도 불안하단 말인가. 아니면 결코 발에 흙을 묻히고 싶지 않은 자존심 때문일까. 허공에 의지한 채, 하늘잠자리는 공중 부양에 취한 듯 도무지 내려올 생각이 없다.

죽어서도 날개를 접을 수 없는 잠자리들의 숙명. 죽어서도 꿈을 접지 못하는 자들의 비애. 선택이 아니라 운명일 때 꿈도 이상도 분명 고통일 테지만, 단 한 번의 눈이 시린 아득한 비상을 위해서라면 한 백 년쯤 잘 참고 견뎌 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러나 모든 가벼운 것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꽃향기처럼, 물안개처럼, 살아서 고단했던 어느 한 사람의 나직한 숨결처럼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고 만다. 낯가림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잠시 머물다 가는 것조차 미안하단 말인가. 찬바람이 이는 어느 가을 석양 무렵, 파란 침묵을 한 자락 끌며 허공으로 사라지고 마는 하늘잠자리의 아득한 소멸. 그 깨끗한 소멸이 눈부시다.

- 『하늘잠자리』 중에서
(손광성 지음 / 을유문화사 / 400쪽 /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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