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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이십 대 시절의 나를 돌아보면 수많은 ‘도무지’의 시간이었다. 도무지 알 수 없고, 도무지 할 수 없는 것들만 내 주위에 넘쳐나서, 나는 ‘에라, 모르겠다’ 싶은 체념과 분노로 천지사방을 망아지처럼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그 수많은 ‘도무지’들 중에서 마지막까지 이해하지 못한 게 바로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이었다. 대체 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쓸쓸해야 하는가? 왜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쓸쓸해지는가? 그리고 왜 쓸쓸하면 쓸쓸할수록 집착하는가? 그렇다면 내가 사랑하는 건 사람인가, 쓸쓸함인가, 집착인가? 어쩌면 나의 이십 대는 ‘도무지’라는 부사와 ‘사랑’이라는 명사와 ‘쓸쓸함’이라는 형용사 사이에서의 갈팡질팡이었다. 그 퍼즐을 쥐고 조합을 맞춰보려고 안간힘을 쓰던 몸부림의 시간이었다.

조각가 S를 만나 연애를 하던 시절엔 아예 소형차 카세트 테크에 양희은의 노래 테이프를 꽂아놓고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다시 듣곤 했다.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랑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어떻게 가장 열렬한 사랑의 행위를 가장 비통한 사랑의 종말과 동일시했을까. 생각해보면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 철저하게 이기적인 남녀의 자기 방어적인 연극이었다. 아마도 스물두 살 때의 나는 사람을 사랑한 게 아니라, 그 사랑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쓸쓸함을 사랑했던 듯싶다. 그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나한테 있어서 사랑은 ‘버림받음’ 혹은 ‘헤어짐’과 동일한 개념이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여러 번 사랑의 결핍을 경험한 나는 세상에 가장 절실한 것이, 그러면서도 가장 두려운 게 ‘사랑’이었다.

‘사랑을 주고받는 충만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일상적 행복’이라는 무른 감정보다 ‘창조적 파괴’라는 날 선 감정을 더 신뢰한다. 현해탄에 몸을 던진 윤심덕과 김우진의 사랑을 흉내 내듯…… 차라리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가장 이상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애초에 사랑의 일상적인 완성이 불가능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 사람과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장하고, 그 고통을 뼈저리게 만끽한 후, 온 마음을 다해 이별을 애도하면서 연애의 드라마를 즐겼던 것이다. 그것은 나 혼자 매 순간 성스럽게 치르는 ‘사랑의 장례식’이었다. 지금 보면 이십 대 애늙은이의 신파 드라마지만, 당시엔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사랑의 늪이었다. 쓸쓸해서 사랑을 하고, 사랑을 하면서 더 쓸쓸해지는…….

그 시절, 나는 간절하게 사랑을 기다렸지만 내가 사랑을 한사코 거절하고 있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심지어 나는 ‘나에게 진짜 사랑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발을 씻으며 평생을 살겠다’라고 호언장담했는데, 그 말의 뿌리는 결국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의 사랑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아! 내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이십 대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단발머리 소녀에게 말해주고 싶다.

“얘야!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란다. 개념이 아니라 행위란다. 그렇게 던져놓고 도망가서는 잡을 수 없단다. 약점과 실수가 많은 인간을 사랑한다는 건 배반과 고통조차도 감수한다는 뜻이란다. 고통을 피하기 위해 사랑을 안 해서도 안 되고, 고통을 경험하기 위해서만 사랑을 해서도 안 된단다. 기회가 된다면 사랑을 주는 경험도 하고, 사랑을 받는 경험도 해보렴. 그러는 사이 너도 미처 몰랐던 네 안의 ‘사랑의 능력’과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게 된단다. 그제야 비로소 네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단다.”

지금도 살면서 수많은 ‘도무지’의 시간을 만난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 이해가 안 되는 사람…… 여전히 그 하나하나의 ‘도무지’를 해결해 나가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제 겨우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은 참 쓸쓸한 일일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렇기에 사람을 사랑할 때는 있는 그대로, 상대의 존재만으로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가장 가까운 연인, 아내, 자식조차 머리털끝 하나 ‘내 맘대로 안 되는 존재’인 것을…….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모든 인간은 다 독보적이다. 그래서 내 맘과 같을 줄 알았던 사람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 분노하고 체념하다 어쩔 수 없이 쓸쓸해진다. 하지만 성숙은 그 쓸쓸함을 견디는 것이다. 쓸쓸함을 이기고 또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도무지 사랑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하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상대가 내 맘과 같아지는 그 날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내 맘과 다르다고 쓸쓸해지지 않을 그 날을 위해서 말이다.

-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거야』 중에서
(김지수 지음 / 흐름출판 / 288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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