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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반 헤어지고 나서 반 - 시인 권대웅
화창한 5월의 봄날. 홀로되신 아버지에게 시집간 딸이 찾아갔다. 베란다에 크고 화려한 철쭉 화분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평소에는 철쭉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딸이지만 그 진한 향과 화사한 색깔에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와! 철쭉 너무 멋지다! 집 안이 아주 환하네. 우리 아빠가 웬일로 꽃을 다 사셨어?”

신문을 보던 아버지는 돋보기 너머로 간단히 응, 하고 답했다. 딸은 계속해서 꽃이 참말 예쁘다는 등 돌아가신 엄마가 보면 무척 좋아하셨겠다는 등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샀어, 엄마 보여주려고. 네 엄마, 봄이면 항상 꽃 보고 싶어 했잖아. 세상 떠날 때에는 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못 보고 해서…….”

그래서 그렇게 큰 꽃송이가 많이 달린 철쭉을 사셨단다. 꽃들이 죄다 창밖으로 향하게 화분을 놓은 것도 돌아가신 엄마가 오다가다 보라고…… 그렇게 하신 거란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로 전혀 돈을 쓰지 않으셨던 아버지였다. 아내가 살면서 한 번도 돈을 편히 써보지 못하고 살았던 게 미안해 당신은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다던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가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어 꽃을 잔뜩 사다 놓으셨다. 딸은 베란다에 활짝 핀 철쭉꽃을 보며 생각했단다.

‘우리가 꿈꾸는 사랑은 살아서 다 이룰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반은 둘이 만들고 반은 혼자서 이루어내는 것. 그게 사랑이라고. 엄마가 오가며 보라고 철쭉꽃을 창밖으로 향하게 놓으신 아버지는 지금 돌아가신 엄마와 남은 반의 사랑을 이루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은 그가 없을 때 마음으로 혼자 이루어내는 것이기도 하다. 못 해줘서 미안하고 왠지 안타깝고, 아쉽고, 섭섭하고. 그래서 가슴속에 남은 그가 더 애틋하고 그리워지는 것. 생전 그가 꿈꾸던 소중한 꿈들을 대신 품고 이루어주는 것.

그것이 비단 남아 있는 사람만의 몫일까? 그렇지 않다. 비록 형체는 보이지 않지만 철쭉꽃이 유난히도 진한 향기로 말을 걸어올 때, 바람도 불지 않는데 나뭇잎이 흔들릴 때, 후드득 열매가 익어 떨어질 때, 햇빛이 이마를 툭 칠 때, 길을 지나다 괜히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이 세상에 없는 그가 와서 말을 걸고 가는 것이다. 당신 마음속에 남은 그가 지나가며 한 말들이다. 그가 보이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흐르는 게다.

이별 후, 상대가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홀로 만들어내고 이루어내는 사랑이 세상에는 많다. 그 사랑 때문에 봄이 다시 오고,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햇빛이 반짝이고 눈이 부신가 보다.

- 『당신이 사는 달』 중에서
(권대웅 지음 / 김영사on / 284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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