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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기란 무엇인가
‘진정한 자기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그 논리적인 왜곡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젊은이들을 옴진리교(또는 다른 이단 종교)로 끌어들이는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 나는 책을 쓰면서 옴진리교 신자 몇 사람과 장시간에 걸쳐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대체로 그 지적이 옳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들 대부분은 자기라는 존재의 ‘본래적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사고의 트랙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현실세계와의 물리적인 접촉을 조금씩 줄여나갔다.

인간이 자기를 알기 위해서는 피와 살을 가진 몇 가지 가설을 통과해야만 한다. 마치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타미노 왕자와 파미나 공주가 물과 불의 시련을 헤쳐나가면서(은유적인 죽음을 경험하고, 라고 말해야 좋을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정의의 보편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진정한 자기의 실상을 인식해가듯이.

그러나 실제로 지금 우리를 에워싼 현실은 각종 정보와 선택지로 넘쳐나, 그 가운데 자기에게 유효한 가설을 적절히 골라내어 통과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그것들을 무제한으로 무질서하게 받아들여 자가중독을 일으키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젊은이들을 이끌어줄 경험이 풍부한 연장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현실의 변하는 속도가 너무도 빨라서 축적한 경험이 샘플로서 유효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따금 강력한 외부자가 나타난다. 그 외부자는 몇 가지 가설을 알기 쉬운 세트메뉴로 만들어 그들에게 건네준다. 거기에는 선택지의 수가 한정되고, 모든 질문에 논리 정연한 해답이 마련되어 있다. 그 새로운 현실에서는 그들이 맡을 역할이 더없이 명확하게 드러나며, 해야 할 일이 상세한 일정표로 준비된다.

외부자는 말한다. “달려나가. 네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오래전 대지에서 뛰어나와 새로운 대지로 옮겨가는 것뿐이야. 더 노력해야 돼.” 물론 이와 같은 거래 자체는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소설가도 때에 따라 그것과 똑같은 일을 한다. 우리는 이야기라는 장치를 통해 그것을 실행한다. “뛰어요”라고 우리는 말한다. 그리고 독자를 이야기라는 현실 밖의 시스템으로 끌어들여 환상을 강요하고, 떨쳐 일어나게 하고, 두려움에 떨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한다. 새로운 숲속으로 몰아넣는다. 단단한 벽을 빠져나가게 한다. 일어날 리 없는 일을 일어났다고 믿게 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끝나면 가설은 기본적으로 제 역할을 마친다. 막이 내리고 조명이 켜지고, 포개어 있던 고양이들은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켜며 꿈에서 깨어난다. 독자는 그 기억을 부분적으로만 간직할 뿐 원래 있던 현실로 되돌아간다. 경우에 따라 예전과 얼마간 빛깔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거기에 존재하는 것은 변함없이 낯익은 현실이다. 그 계속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시 말해, 그 이야기는 열려 있다. 최면술사는 적당한 시기가 오면 손뼉을 쳐서 피험자의 잠을 깨운다.

그러나 옴진리교가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한 일은 그들의 이야기의 테두리를 완전히 닫아버린 것이다. 두툼한 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그 열쇠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것이다. ‘진정한 자기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자체가 초래하는 폐쇄성을 한층 더 큰, 더 견고한 폐쇄성으로 바꿔놓았을 뿐이다.

옴진리교는 아니지만, 예전에 어느 유명한 컬트 종교에 빠진 경험이 있는 남자에게서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컬트 수행장으로 들어가 외부와는 철저히 차단된 생활을 했다. 경전 이외의 책은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그런데 그는 내가 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는 소설을 짐 꾸러미 속에 몰래 숨기고 들어가서 남의 눈을 피해 날마다 조금씩 읽어나갔다. 그리고 오랜 시간 이런저런 힘든 과정을 거쳐 가까스로 그 컬트의 정신적 속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금은 현실로 복귀해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다. 왜 그렇게 매달리듯 그 소설을 읽었는지 그 이유는 그도 잘 설명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혹시 그 책을 계속 읽지 않았다면, 과연 그곳에서 제대로 빠져나올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것은 소설가인 나에게 대단히 의미 있는 편지였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이야기라는 장치를 둘러싼, 지난하고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마술이다. 일부 컬트는 그것을 ‘흑마술’로 사용하지만, 소설가는 그것을 이를테면 ‘백(白)마술’로 사용한다. 우리는 깊은 숲속에서 격렬하게 칼날을 부딪치며 겨룬다. 흡사 스티븐 킹이 쓴 청소년 소설의 한 장면 같기도 하지만 그 이미지는 진실에 상당히 근접해 있을 게 틀림없다.

문학은 인간 존재의 존엄의 핵을 희구해왔으며, 그런 계속성으로 흘러온 전통 위에 성립한다. 나는 물론 이렇다 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지만, 소설가로서 주위가 고요히 가라앉은 시각에 그 흐르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을 때가 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비채 / 504쪽 /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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