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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의 기술
1962년 파리,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드리 헵번은 영화감독 스탠리 도넌과 동료 배우 캐리 그랜트와 식사를 하며 영화 <샤레이드>를 함께 작업하는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고상함, 품격, 그리고 우아함의 상징과도 같은 헵번이었으나 그랜트를 만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수로 포도주 병을 건드려 그의 무릎 위로 떨어뜨렸다.

그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포도주가 바지에 쏟아졌으니! 그러나 그랜트는 모두를 안심시키듯 가볍게 대응한다. 그저 웃어넘기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축축한 모직 바지를 그대로 입은 채 식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무안해하던 헵번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다음 날 다정한 쪽지를 넣은 캐비아 한 상자를 보낸다.

일 년 뒤 개봉된 <샤레이드>는 대성공을 거둔다. 두 스타의 환상적인 어우러짐이 극찬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그 두 배우 사이의 불꽃이 이미 몇 개월 전에, 차갑고 축축한 충격이 우아함을 만난 그때에 댕겨졌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우아함은 세상과 편하게 지내는 것이다. 삶이 그대의 바지에 포도주를 쏟을지라도!

우아함을 목격하면 오감이 즐겁고, 기분이 밝아지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우아함은 ‘잘 조정된 매끄러운 움직임’ 혹은 ‘겸손하고 관대한 태도’로 표현될 수 있다. 이 둘은 대개 연관되어 있다. 기교나 연습으로 얻어진 완벽함이 아니다. 우아함은 외모나 세련미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전적으로 연민과 용기의 문제다. 가령 배척당하는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다가가는 용기에는 우아함이 있다.

그러므로 가장 우아한 사람들은 겸손하고 가식 없고 솔직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마음을 활짝 열고, 다른 사람을 편하게 대한다. 나는 우아함이 등장하면 차갑고 딱딱하고 위태로운 우리의 세상이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뀐다고까지 말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우아함의 공백기라 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눈과 귀에 장치들을 연결한 채 마음이 저 멀리 가 있어서,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물리적, 정서적으로 어떤 인상을 주는지 알지 못한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파편화된 우리의 경쟁사회는 여러 면에서 온화함이나 이해심과 역행한다. 대중문화는 수치와 갈등, 야비함에서 기쁨을 느끼도록 부추긴다.

우리는 버스 또는 기차를 잡으려고 숨 가쁘게 달리거나, 실컷 떠벌리고 나서는 후회한다. 그런데 캐리 그랜트나 그레타 가르보 같은 사람을 영화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마치 떠다니듯 움직이고, 모난 데라고는 보이지 않고, 온통 하늘거리며 부드러운 것이, 마치 나지막이 떨리는 우주의 진동에 조율되어 있는 듯한 사람 말이다.

그렇지만 그랜트가 우아함의 본보기인 것은 그가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내적 차원도 갖추고 있었다. 그에게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칼로카가티아Kalokagathia’라고 불렀던 것, 즉 아름답고 고결한 영혼이 있었다. 그의 신사다운 품성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많다. 함께 연기하는 배우가 대사를 놓칠 경우, 그랜트는 자기도 일부러 실수했다. 그러면 그 장면을 전부 다시 찍어야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배우의 체면을 살려주고 두 번째 기회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과의 연애사건이 국제적 스캔들로 비화했을 때 할리우드 관계자부터 상원의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고결하고 거룩한 척하며 온통 그녀를 비난하는 분위기에서 그랜트가 자신을 옹호해준 몇 안 되는 사람 중 첫 번째 인물이었다고 회고했다.

우아함은 그 자체로 야단법석을 떨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미묘하고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우아한 사람은 우리의 이상적 자아이자, 세상에서 편안하게 존재하고 싶은 우리 꿈의 구현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랜트처럼 우아한 사람, 남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사람, 평온해 보이는 사람에게 감동하는 것이다.

매카시 시대였던 그 시기, 할리우드에 감히 블랙리스트에 항의하는 사람이 거의 없던 그 시기에, 그랜트는 반공주의 광풍 속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비자가 취소된 영국 출신 영화인 찰리 채플린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자신의 은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 석상에서 그랜트는 채플린을 전적으로 옹호하면서 분명하면서도 절제된 경고를 덧붙였다.

“우리는 극단으로 치달아서는 안 됩니다.”


- 『우아함의 기술』 중에서
(사라 카우프먼 지음 / 뮤진트리 / 412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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