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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내 동생 테오에게

지난여름 네가 마지막으로 찾아왔을 때, 이곳 사람들이 ‘마녀’라 부르는 버려진 광산 근처를 산책한 적이 있었지. 그때 너는 몇 년 전 레이스웨이크에서 오래된 운하와 물방앗간 근처를 함께 산책했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우리가 예전에는 많은 것에 동의했었다는 말을 했지. 그리고 “그때 이후로 형은 변했어. 더 이상 예전의 형이 아니야.”라고 말했지.

그래, 그러나 나는 그 말에 흔쾌히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예전에는 생활이 지금보다는 덜 어려웠고 미래도 그렇게 비관적이지는 않았다는 차이는 있겠지. 그러나 나의 내면이나 사물을 보는 방식에는 변함이 없다. 굳이 변한 것을 말하자면, 당시에 내가 생각했고 믿고 사랑했던 것을 지금은 더 생각하고 더 믿고 더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렘브란트, 밀레, 들라크루아 등 그 누구 혹은 그 무엇에 대해 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해다. 오히려 그 반대다. 세상에는 믿고 사랑할 만한, 가치 있는 것들이 많지. 셰익스피어 안에 렘브란트가 있고, 미슐레 안에 코레조가, 빅토르 위고 안에 들라크루아가 있다. 또 복음 속에 렘브란트가 있고, 렘브란트 안에 복음이 있다. 네가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그것은 같은 것이다. 그것을 왜곡하지 말고 비교판단 대상을 독창적인 사람들의 장점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마라.

제발 내가 포기했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라. 나는 꽤 성실한 편이고, 변했다 해도 여전히 같은 사람이니까. 내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내가 무엇에 어울릴까, 내가 어떤 식으로든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어떻게 지식을 더 쌓고 이런저런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뿐이다. 게다가 고질적인 가난 때문에 이런저런 계획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고, 온갖 필수품이 내 손에는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만 같다. 그러니 우울해질 수밖에 없고, 진정한 사랑과 우정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또 내 영혼을 갉아먹는 지독한 좌절감에 넌더리가 난다. 이렇게 소리치고 싶다. 신이여,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요!

어쩌면 내 영혼 안에도 거대한 불길이 치솟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누구도 그 불을 쬐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곤 굴뚝에서 나오는 가녀린 연기뿐이거든. 그러니 그냥 가버릴 수밖에.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힘을 다해 내부의 불을 지키면서 누군가 그 불 옆에 와서 앉았다가 계속 머무르게 될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려야 할까? 그렇게 하려면 얼마나 끈질겨야 할까! 믿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빠르든 늦든 오고야 말 그때를 기다리겠지.

펜이 가는 대로 적다 보니 두서없는 편지가 되었다. 사실 쓸모없는 사람도 두 종류가 있다. 천성이 게으르고 강단이 없어서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사람도 있다. 네가 나를 쓸모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봐준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내 안에 무엇인가 있다. 그것이 도대체 무얼까?

새장에 갇힌 새는 봄이 오면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딘가에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단지 실행할 수 없을 뿐이다. 그게 뭘까? 잘 기억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는 알고 있어서 혼자 중얼거린다. ‘다른 새들은 둥지를 틀고, 알을 까고, 새끼를 키우는데….’ 그러고는 자기 머리를 새장 창살에 찧어댄다. 그래도 새장 문은 열리지 않고, 새는 고통으로 미쳐간다.

“저런 쓸모없는 놈 같으니라고.” 지나가는 다른 새가 말한다. 얼마나 게으르냐고. 그러나 갇힌 새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잘하고 있고 햇빛을 받을 때면 꽤 즐거워 보이기도 한다.

철새가 이동하는 계절이 오면 우울증이 그를 덮친다. 그를 새장에 가둔 아이들이 말한다.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벼락이 떨어질 듯이 어두운 하늘을 내다보는 그에게 자기 운명에 반발하는 외침이 들려온다. ‘나는 갇혀 있다! 내가 이렇게 갇혀 있는데 당신들은 나에게 부족한 것이 없다고 하느냐. 바보 같은 사람들! 물론 필요한 건 이곳에 다 있다! 그러나 내가 다른 새처럼 살 수 있는 자유가 없지 않나!’

본의 아니게 쓸모없는 사람들이란 바로 이처럼 새장에 갇힌 새와 비슷하다. 그들은 종종 정체를 알 수 없는 끔찍한, 정말이지 끔찍한 새장에 갇혀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 모든 것이 환상이고 상상에 불과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끈질기게 이렇게 묻는 것이다. 신이여, 이 상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요? 언제까지 이래야 합니까? 영원히?

이 감옥을 없애는 게 뭔지 아니? 깊고 참된 사랑이다. 친구가 되고 형제가 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최상의 가치이며, 그 마술적 힘이 감옥 문을 열어준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죽은 것과 같지. 사랑이 다시 살아나는 곳에서 인생도 다시 태어난다.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중에서
(빈센트 반 고흐 지음 / 예담 / 312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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