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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걸까?
일본 가고시마의 요론 섬은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외딴 곳이다. 이곳에 두 여인이 도착한다. 한 여인은 이 섬에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젊은 할머니 사쿠라 씨, 또 다른 한 명은 조용히 쉴 곳을 찾아 처음 휴가를 온 중년의 교수이다. 일본 영화 <안경>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섬의 민박집 주인은 “큰 간판을 내걸면 손님이 잔뜩 올 테니 이 정도가 딱 좋다.”며 손바닥만 한 간판을 숨기듯 달아놓고 있다. 그 덕분인지 손님이라고는 이 두 여인이 전부이다. 주인은 여교수에게 초행길에 헤매지 않고 잘 찾아온 손님은 3년 만에 처음이라며 말한다.

“재능이 있네요. 이곳에 있을 재능…….”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여인의 재능은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여인은 도무지 섬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침마다 다소곳이 무릎 꿇고 앉아 손님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 아침 인사를 건네는 친절이 부담스럽다. 모래 해변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는 ‘메르시 체조’도, 자꾸 자신이 만든 팥빙수를 먹어 보라고 권하는 사쿠라 씨도 불편하기만 하다. “저는 됐습니다.” “전 괜찮아요.” 여인은 함께 하자는 권유를 받을 때마다 경계심을 드러내며 정중하게 거절한다.

어느 날 아침 정갈하게 차린 아침 식탁에서 여인은 밥을 먹으며 묻는다. “오늘은 관광을 좀 해 보려는데 어디 좋은 곳 있나요?”

민박집 주인과 사쿠라 씨는 서로 마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관광이요? 여긴 관광할 만한 곳은 없는데요.”

“그럼 여기 놀러 오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 하나요?”

주인은 한참 고심하더니 답한다. “음…… 사색?”

여인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사색에 잠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바닷가와 민박집을 오가는 일상은 너무나 단조롭기만 하다. 여인은 밋밋하고 나른한 민박집을 벗어나 다른 숙소로 옮기려고 한다. 민박집 주인은 담백한 태도로 배웅하며 개성이 깃든 약도를 건넨다. ‘왠지 불안해지는 지점에서 2분 정도 더 참고 가면 거기서 오른쪽입니다.’라는 식이다. 섬사람들은 그런 엉성한 약도만 보고도 의외로 잘 찾아간다. 왠지 불안해지는 지점에서 조금 더 가니 정말 갈림길이 나오고, 그곳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가자 목적지가 나온다. 그 약도는 효율과 합리, 계산의 틀을 벗어나 타인의 마음에 이르는 지도였다.

좌충우돌 끝에 다시 처음의 민박집으로 돌아온 여인은 드디어 이 섬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매일 아침 해변에 나가 바다를 바라보며 사쿠라 씨가 이끄는 체조에 참여한다. 민박집 주인의 만돌린 연주를 들으며 맛있는 팥빙수를 먹고, 비취색 바다를 바라보며 섬에 젖어든다. 그처럼 마음을 열고 타인과 자연 속으로 스며들자 지루한 것만 같던 섬 생활에 갑자기 활기와 자유가 넘친다.

이 영화는 진정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연습과 열린 마음 그리고 자신을 버리는 용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걸 잔잔하게 보여 준다. 휴식이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로 훌쩍 점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을. 가끔 영화 속 민박집 주인의 대사가 생각나곤 한다. “당신은 이곳에 있을 재능이 있군요.”

과연 나는 이 지구에 머물 재능이 있는가? 가만히 두면 마음은 금방이라도 계획과 근심의 세계로 달아날 것처럼 요동친다. ‘열심’이란 말을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열이 나도록 깊이 마음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바로 쉼을 모르는 이 ‘열심’이 우리의 의식을 장악하는 이데올로기와 문화가 된 지 오래다. 우리는 살아도 너무 열심히 산다. 이 냉정한 신자유주의 경쟁사회에서 ‘열심’의 문화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나는 질주하는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고 싶을 때면 <장자>를 펼쳐 아무 대목이나 읽는다. 무위의 철학, 무위의 효용성을 역설적으로 말해 온 이 철학자를 나는 오래도록 사랑해 왔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법을 안다면,
그리고 평화롭게 사는 법을 안다면,
이미 덕이 완성된 것이다.
그냥 그대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라.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이 좋은 것이다.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아름답고 힘찬 에너지를 느낀다. 이런저런 계산 없이 오롯이 그냥 존재하기. 몸과 마음에 힘을 빼고 하고 싶은 대로 놓아두기. 이것만 가능해도 이 지구별에 머무는 재능을 터득한 것이나 다름없다.

-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중에서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84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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