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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나침반, 들음의 중심점
청력을 상실하기 시작한 사람이면 누구나 그렇듯 나도 처음에는 답답함을 참을 수 없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물속에서 울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아내가 거실에서 내게 말을 건넬 때도 그녀가 무언가 말을 했다는 건 알 수 있었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망가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이상하게 들렸다. 다시 말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곧 신물이 났다.

얼마 안 가 나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바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부의 소리들이 차단된 덕분에 본의 아니게 새로 발견한 심연에 귀 기울이게 된 것이다. 모든 경험은 심연을 발굴하게 해주며, 심연은 일단 공기를 쐬고 나면 지혜를 드러내준다.

잘 들리지 않는 귀와 씨름하면서도 나는 여러 달 동안 검사를 거부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노화의 단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던 것 같다. 그러나 물론, 내가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삶의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들음에 대한 거부가 불러오는 불협화음은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친다. 삶이 변화할 때 인간은 스스로 고통을 가중시키면서도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한다. 노화가 불러오는 한계에 직면할 때든, 달라진 관계나 퇴색해버린 꿈을 마주할 때든, 변화는 가시화되기 전에 조짐이 나타난다. 시간의 천사들은 이렇게 우리를 보살펴 주기 위해 애쓰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단계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형태의 힘과 신호들이 주어진다. 이것들의 활용법을 배우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시력을 잃은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더욱 깊이 보게 된다. 나머지 부분을 계속 열어 두기만 하면, 청력을 잃은 사람들도 어떻게든 더욱 깊이 듣게 되고, 낙심한 사람들도 더욱 깊이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어느 하나의 상처나 한계로 인해 다른 모든 것에 상처를 입히거나 한계를 지우지 말아야 한다. 새로이 열린 심연이 비밀과 선물을 드러내 주기도 전에 이 심연을 메워버리면 안 된다. 삶의 변화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것이다.

벼랑에서 떨어지는 푸석한 돌 부스러기처럼 나의 청력은 몇 년에 걸쳐 해가 다르게 야금야금 부식된 것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나서야 이것을 알아차렸다. 내 귀가 손상된 이유는 20년 넘게 받아온 화학요법 때문이었다. 화학요법은 빠르게 성장하는 암 세포들을 죽여버리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로 인해 내이 속에서 진동수를 전달하는 유모(cilia; 달팽이관 안에 있는 털 모양의 세포)들까지 손상을 입었다. 화학요법은 내게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내렸다. 나의 생명을 구해주는 대신 다른 중요한 것들을 앗아갔다. 이 상황에 나는 화를 낼 수도 감사함을 표현할 수도 없었다.

요즘 집 근처 카페에 가면, 나를 아는 젊은 점원들이 주차장에서 내 모습을 보자마자 내가 마실 핫초콜릿을 만든다. 사람들의 마실 것을 꿰고 있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이것이야말로 가장 친절한 형태의 들음이다.

청력이 심각하게 손상되면 소음이 거슬리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은 전보다 더 짜증스러워진다. 질릴 지경이다. 보청기를 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난 카페 점원들에게 음악을 줄여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그랬더니 이제 점원들은 내게 줄 핫초콜릿을 만들면서 굳이 부탁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음악 소리를 줄여준다. 나는 그들의 들음에 감동했다.

내부와 외부 사이의 내 균형점은 내부 쪽으로 더 가깝게 이동했다. 중심점이 이동하면서 나의 습관도 달라져야 했다. 이런 이동은 들음의 위치 설정에 대해 알려주는데, 이 위치는 시간이 흐르면서 거듭 재평가해야 한다. 언제든 이 중심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맥이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존재하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참고 기다리면서, 마음을 고요히 만드는 훈련을 통해 언제든 중심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들음을 위해 우리를 둘러싼 존재들의 필요를 존중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일상 속의 ‘위엄’이다. 이런 면에서 카페의 젊은이들은 나의 스승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그들이 나에게만 그렇게 대해주는 것은 아니다. 모두에게 그렇게 대해준다. 누구나 필요로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모임의 장소. 이것이 바로 그들이 창조해낸 관계의 환경이다.

그들의 소박한 배려를 접할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나는 들음을 위해 주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존중해주고 있는가? 들음의 중심점을 찾도록 그들을 도와주고 있는가? 당신에게도 똑같이 물어보고 싶다.

- 『그대의 마음에 고요가 머물기를』 중에서
(마크 네포 지음 / 흐름출판 / 376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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