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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이성적’인 행위
미국 인디애나 대학의 캔디 브라운 교수팀은 2010년 매우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기도가 병을 고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실험 대상은 시각 장애인과 청각 장애인들이었고, 실험 지역은 아프리카 모잠비크와 남미 브라질이었다. 상대적으로 의료 시설이 부족하고 장애 환자들을 찾기가 쉽기 때문이었다. 먼저 연구팀은 모잠비크에서 시각 장애 환자 11명, 청각 장애 환자 1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과정은 이렇다. 먼저 장애 환자의 장애 정도를 측정한 다음에 이들의 병이 낫게 해달라고 여러 사람이 중보기도를 한다. 그런 다음 장애 정도에 변화가 있는지를 다시 측정하는 것이다. 중보기도를 하는 사람은 그 지역 선교단체와 주민들로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었고, 기도 방식은 환자의 몸에 직접 손을 대거나 포옹을 하며 기도하는 것이었다.

비록 표본의 크기는 작았지만, 연구팀은 일정 수준의 ‘통계적 유의성’을 나타냈다고 결론지었다. 사실 표본의 크기가 작으면 통계적 유의성을 갖추기가 오히려 더 어렵다. 아주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구팀이 오히려 당황했을 정도로 매우 극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캔디 브라운은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두 사람의 사례를 소개했다. 한 명은 미리엄이라는 시각 장애인이고, 한 명은 조던이라는 청각 장애인이었다. 기도를 받기 전 미리엄의 시력을 측정했는데, 약 30센티미터 앞에 있는 자기 손가락이 몇 개인지도 셀 수 없었다. 그런데 중보기도를 받고 난 후에는 시력표의 아주 작은 글자까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조던은 청각 장애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세상의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말도 배우지 못했다. 연구팀은 중보기도를 하기 전에 조던의 청각 장애가 어느 정도인지 측정했다. 청력검사기가 아주 큰 소리, 예컨대 오토바이 소리만큼 큰 소리를 냈지만, 조던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를 위해 몇 분 동안 중보기도를 한 후, 조던은 사람들이 하는 단어를 따라 했다. 동네 사람들이 조던의 말소리를 들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했다.

연구팀은 25명의 실험 결과를 그래프로 정리했다. 그 결과 중보기도를 받은 환자 25명은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었다. 캔디 브라운은 혹시 일시적인 현상이거나, 단순한 플라세보 효과일 가능성을 고려해서 장기적인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호전된 상태가 몇 년이 지나도 지속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캔디 브라운은 “단순한 플라세보 효과였다면 몇 주,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호전된 상태가 지속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가 전 세계로 타전되었다. ‘기도가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과학적인 데이터가 마련된 것이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몸과 마음 사이에는 무엇이 작용했던 것일까? 일대일 상담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그들은 기도를 하면 병이 나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 놀라운 기적들을 만들어낸 건 다름 아닌 ‘믿음의 힘’일 수도 있다.

믿음의 기도에 관한 신경생물학적 증거는 또 있다. 기도가 진행되는 동안의 뇌파는 평상시의 각성 상태와는 아주 다르게 특이한 변화가 관찰된다. 알파파가 감소하면서 잠잘 때 나오는 델타파가 나타난다. 그러니까 의식은 완전히 깨어 있지만, 수면 중일 때처럼 깊은 안정 상태를 보이는 것이다. 원래 델타파는 상당히 깊은 수면 상태나 안정 상태에서 나타나는 뇌파다. 델타파가 나올 때 보통 사람들은 졸리거나 잠에 빠지게 되지만, 실제로 기도하는 사람들은 졸기는커녕 오히려 약간 흥분 상태를 보이며 심박수가 빨라진다. 심박수가 빨라진다는 것은 불안이나 긴장으로 교감신경계가 흥분되었기 때문인데, 희한하게도 기도하는 뇌에서는 긴장이나 불안할 때 나타나는 베타파는 올라가지 않았다. 또한 기도 중 희열을 느끼거나 안정과 평화를 느끼는 것은 화학적으로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이때 뇌파와 화학적 변화가 제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전두엽, 그중에서도 가장 앞쪽에 있는 전전두엽이다. 전두엽은 인간의 뇌 부위 중에서도 가장 인간다운 기능을 하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지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연결하고, 연합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전두엽의 기능이다. 실제로 이곳에 이상이 생긴 사람들은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잘 참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며, 짐승처럼 행동한다. 다시 말해서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가장 인간다운 행위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행위가 기도라고 할 수 있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신을 믿는 것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행위라고 말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 전제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신에게 드리는 기도는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이성적’인 행위인 것이다.

- 『뇌, 신을 훔치다』 중에서
(KBS 파노라마 <신의 뇌> 제작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88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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