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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신비
의심이 많고 믿음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주눅이 든 채로 유년기를 보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해 질문을 하고야 말았던 데에서 출발한 내 의심은 나를 비관주의자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호기심은 예상하기를 즐겼고 예상은 맞아떨어질수록 좋았고, 나는 나쁜 쪽의 예상을 즐겼다. 낙관은 허술한 것으로, 비관은 치밀한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주눅은 어느새 사라졌고 긍지 비슷한 게 생겨버렸다.

그즈음 지루하디지루한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을 보았다. 소생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죽은 나무에게 물을 주는 꼬마가 등장했다. 의심이 많은 것을 고도의 정신적 능력이라고 자부하던 나는 이 영화에서 믿음이란 키워드를 목격하고 몹시 혼란스러웠다. 타르코프스키의 산문집 『봉인된 시간』을 읽기 시작했다. 이런 문장이 있었다.

“인간이 믿음을 상실한 그만큼, 현대 문명의 대부분은 기적에 대한 이해 역시 상실하고 말았다.”

이 문장을 나는 이렇게 받아들였다. 이 세상에서 더 이상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나같이 의심 많은 사람 때문이라고.

그 후로 얼마나 자주, 얼마나 간절하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믿음이라는 것을 직접 겪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믿고 싶었고, 믿을 수 있기를 바랐다. 우선, 믿음직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다음에야 믿자는 말을 감히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믿음이란 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느껴볼 인연이 내게는 없었다. 증명해 보인 만큼만 그 사람을 믿되 불신에의 가능성을 미리부터 작동하지 않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니까 의심의 대지 위에 믿음을 가건물처럼 세워두는 것을 허가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우연히 읽었을 때, 믿음이 그저 의심하지 않음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믿음은 좀 더 다른 차원의 것을 볼 줄 아는 능력에 가까웠다. 희미하게 산재되어 있는 인과성을 헤아릴 줄 아는 능력, 내가 다 헤아릴 수 없는 영역에서 발생하는 영향력, 망각했고 홀대했고 무감했지만 이미 도착해 있는 가능성. 책에는 은총이라는 말이 믿음이라는 말과 함께 적혀 있었고, 저자는 자기 삶에 찾아온 자잘한 은총들을 자랑했다.

그의 사례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런 일은 나에게도 너무 많이 일어났던 것임을 기억해냈다. 내게 일어난 우연한 일들과 나를 여태껏 지탱해주었던 자잘한 행운들은 실은 은총이었으며, 어쩌면 그건 내가 조금이라도 믿고 기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기적이었을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믿음의 소유자로 살았을지도 몰랐다.

그제야 책상머리에 붙여놓고 지내던,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구절 하나가 희미하게 이해됐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라”(히브리서 11장 1절).

- 『시옷의 세계』 중에서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64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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