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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렐 씨와 함께하는 우주여행
오늘처럼 날이 흐리고 하늘에서 비라도 뿌리는 날이면 늘 로렐 클라크가 생각난다. 2003년 2월 우주선 컬럼비아호에 탑승하여 16일간의 우주탐사를 마치고 귀환하던 중 7명의 동료들과 함께 공중에서 산화한 여성 우주인. 한 번도 대면한 적은 없지만 오래전 마음의 친구가 된 사람.

바람 부는 창가에 앉아 그녀가 우주에서 지구인들에게 보낸 이메일 <나는 아름다운 지구를 보았습니다>를 읽는다. 맨 처음 그녀의 편지를 읽으며 느꼈던 영혼의 감전 상태를 다시 경험한다. 그녀가 우주에서 느꼈을 정서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경이로 뛰는 그녀의 힘찬 맥박을 감지한다. 금방이라도 우주의 에너지가 내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만 같다.

그녀의 편지가 주는 공명은 우주인만이 쓸 수 있는 희귀성 때문이 아니다. 그녀가 더 이상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연민 때문도 아니다. 그녀가 알게 된 우주의 비밀과 아름다움, 그녀가 편지에 미처 표현하지 못한 그 어떤 자연의 신비 때문이다.

“황홀하고 아름다운 지구 위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전경은 경이롭기만 합니다. 저는 놀라운 광경들을 보아왔습니다. 태평양에 퍼져 있는 섬광들, 호주의 수평선을 따라 펼쳐진 도시의 불빛들, 그 위로 빛나는 남극광, 아프리카 대평원과 케이프 혼의 모래언덕, 높은 산을 뚫고 도도히 흐르는 강물들, 북미에서 남미까지 펼쳐진 역사의 궤적들, 우리 지구의 옆구리에 놓인 초승달, 자그마한 혹처럼 보이지만 이정표처럼 선명한 후지산. 우리가 지나친 모든 것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지구의 다른 부분들이었습니다.”

로렐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가 황홀하고 아름답다고 표현했다. 그녀가 얼마 전까지 몸담았던 몸살하는 지구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행복하지 않은 인간 군상, 피곤에 눌리고 권태에 빠진 인간들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가뭄과 홍수와 기근으로 허덕이는 지구, 고급 재질로 포장된 악과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창궐하고 있는 지구는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지구로 돌아오는 길, 기체 고장으로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그녀는 산화되었다. 혹 그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니었을까. 그녀의 죽음이 이미 예정된 것은 아니었을까. 우주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인간의 언어로 만천하에 공개한 그녀는 어쩌면 우주의 분노를 샀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이 땅에 돌아와 아름다운 필설로 우주를 좀 더 공개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혹은 그녀의 무의식이 어쩌면 이 땅에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찬란한 빛으로 경이로운 우주, 생명의 빛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우주를 보아버린 그녀는 더 이상 지구에 어울리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의 영혼은 아름다운 추억을 가진 채 그대로 사라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깨달았을 것이다. 이 지구에 돌아오면 분명 또다시 실망하고 고통할 것을. 건강한 에너지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퇴색한 빛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암울한 어두움에 놀랄 것을.

오늘처럼 바람이 불고 쓸쓸한 날에는 로렐 씨와 함께 우주여행을 떠나고 싶다. 지구 주위를 도는 작은 우주선을 타고 미시건 호수 위를 나는 것이다. 위스콘신 주의 윈드 포인트를 보는 것이다. 순간순간마다 지구의 각각 다른 부분들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우주의 행성들이 발하는 살아 있는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이 시간이 귀하게 인식되리라. 이 평범한 바람의 숨결과 기운이 우주에서는 아름다운 질서가 된다는 인식 하나만으로도 진정한 기쁨을 맛볼 수 있으리라.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서 존재한다는 자각,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인 인간이라는 인식으로 새 힘을 얻게 되리라.

그리고 마침내 시간이 정지된 순간, 결심하게 될 것이다. 눈물을 씻고 일어나야지. 어두운 마음을 떨치고 피곤한 마음을 일으켜 세워야지. 순전하고 정직한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해야지.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해 주어야지.

오늘처럼 우중충한 날이면 나는 늘 로렐 클라크 씨가 생각난다. 삶의 공허와 권태가 밀려들 때면, 그녀가 맛보았던 우주의 경이, 충만하고 진정한 희열을 생각한다. 그녀가 경험했던 황홀한 빛을 상상한다. 그녀가 느꼈던 에너지, 우주의 각 행성들이 발하는 살아 있는 에너지를 갈망한다.

- 『나는 낯선 곳이 그립다』 중에서
(하정아 지음 / 푸른길 / 296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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