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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의 1의 나와 4분의 3의 당신
서강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나는 가끔씩 대학생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사람이 완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 수는 없습니까?” 그들은 아직 젊기에, 자신이 자신에게 거는 환상적 기대, 즉 ‘나는 나로 살고 싶다’는 나르시시즘적 자아가 강하기에 순금처럼 100%의 나로 살고 싶다는 욕망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어린 시절 누구나 자신에 대한 ‘이상적 자아’의 개념을 가지게 마련이다.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그것을 ‘상상적 에고’, ‘상상적 나’라고 불렀는데 그런 자아 개념은 거울 단계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거울 단계란 직접 거울을 보면서 생길 수도 있으나 또는 거울 같은 존재, 즉 어머니의 눈길이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스런 눈동자, 이모와 같이 따스한 눈길의 반영 속에서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그토록 외갓집을 좋아하고 외갓집 식구들을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외갓집 식구들은 엄마의 나에 대한 사랑, 엄마의 나에 대한 꿈에 감염되어서 엄마의 사랑이 고스란히 전이된 눈길로 나를 바라보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아름다운 자아, 나 자신보다 훨씬 이상적이고 사랑을 통해 완성된 환상적 자아라는 것은 그러므로 나 혼자, 나에 대해, 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4분의 1의 나와 4분의 3의 당신들이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이런 나로 살고 싶다’고 느끼는 자아개념이란 오롯이 나 자신에게서가 아니라 타자들의 꿈, 사랑, 욕망에서 생겨난 것이다.

라캉은 이런 거울 단계인 ‘상상계’를 생후 18개월부터 24개월 사이의 시기로 보고 있지만 사실 내면적으로 그 기간은 사춘기 때까지 지속된다. 이때의 ‘당신들’은 ‘그’나 ‘그녀’ 등의 3인칭의 존재가 아니고 2인칭적 존재다. 그 2인칭은 나와 아직 구분되지 않은 미분리의 2인칭이기에 나는 곧 당신이고 당신은 곧 나인 것이다. 이 상상적 나는 항상 실존하는 ‘나 이상의 나’가 된다.

그래서 생텍쥐페리는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나 보다. 둘이서 서로만 바라본다는 것은 진실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는 나의 나르시시즘의 확대요, 자아도취의 강화일 뿐이다. 이 응시의 황홀경 속에 진정한 사랑이 존재하는가? 단지 나를 사랑하는 이기적 나르시시즘에의 몰입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아편이고 자기 인식과는 거리가 먼 도취다. 도취를 주는 상상계 속의 당신은 나를 이기적으로 기쁘게 할지언정 영원한 대상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상상계 속의 이상적 나는 영원히 계속될 수 없고 현실이라는 괴물과 만나서 곧 깨어져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즉, 우리는 ‘내가 꿈꾸는 나’가 아니라 헐벗은 나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오는 것이다. 세상이나 타인과의 상상적 관계는 끝나고 이제 사회적, 상징적 관계 속의 내가 되어야 한다.

라캉은 그것을 상징계, 혹은 아버지의 이름의 세계라고 부른다. 아버지의 이름의 세계란 법의 세계요, 질서의 세계요, 당위와 언어의 세계다. 이때부터 나는 세상의 질서에 맞고 세상이 인정해 주는 체계 속의 나로 정립된다. 이것은 분명 자기 위축의 길이고 자기 환상을 부수는 길이지만 이 길이 없다면 우리는 사회 속의 한 개인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살아야 할지를 모르게 된다. 아버지의 이름의 체계 안에서는 내 마음대로 자기 환상에 도취되어 살 수 없다. 우리는 이름 붙여지고 그 이름 안에 길들여지고 속박된다.

어린 시절 우리는 4분의 1의 나와 4분의 3의 아름다운 당신들과 더불어 상상적 나 자신을 만들었다. 그리고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4분의 1의 나와 4분의 3의 현실적 당신들과 더불어 또 다른 나를 현실계 속에서 만드는 것이다. 때로는 4분의 3의 당신들에 저항하면서, 때로는 순응하고 때로는 의논을 해서 조화를 이룩해 내기도 하면서.

따라서 ‘사람이 완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 수는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바로 이런 질문이다. ‘자기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4분의 1의 나와 4분의 3의 당신이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동안 당신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며 우리는 부모를, 친구를, 스승을, 이웃을, 자식을, 친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을 미워할 때 나의 4분의 3이 증오로 가득 차게 되고 그들을 저주할 때 나의 4분의 3이 하현달처럼 어둠으로 꽉 막히게 되는 것이므로.

성인이 되어서도 4분의 4의 나로 살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광기밖에 길이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줄타기 곡예사처럼 상상계와 상징계 사이에서 항상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러므로 자아 발견을 못 했다고 우울해하지 말라. 자아란 본시 환영이고 없는 것이고 지금 -내가- 4분의 3의 당신들과 더불어 만들어 가야 할, 생성 중에 있는 것이므로.

- 『4분의 1의 나와 4분의 3의 당신』 중에서
(김승희 지음 / 나남 / 264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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