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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내일에 사는 것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실의의 날엔 마음을 가다듬고
믿으라. 이제 곧 기쁨이 올지니

마음은 내일에 사는 것
오늘이 비참하다 해도
모든 것은 한순간에 지나가버린다.
그리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지는 것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간 시골 이발소에서 우연히 보았던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가 러시아 시인 푸시킨의 시라는 것을 안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그 시가 대문호 톨스토이가 ‘러시아 문학의 가장 위대한 주인’이란 칭호를 서슴없이 바친 푸시킨의 시라니! 그 충격 때문인지 나는 대학에 입학하고부터 그 시에 매혹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 그 시를 늘 끼고 다녔다.

그땐 삶이 우리를 속이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그냥 시가 좋아서 외웠다. 십여 년이란 세월이 흘러 나도 삶이, 인생이 무엇인지 조금 알게 된 후에야 그 구절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삶이 속이더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고 푸시킨은 말했지만, 삶이 나를 속일 때마다 나는 삶에 바친 내 순정에 슬퍼하고 삶을 믿은 내 어리석음에 분노했다.

실패로부터 멀리 달아나버리고 싶을 때나 무언가 희망을 만들고 싶을 때, 새 출발이 필요할 때 “실의의 날엔 마음을 가다듬고 믿으라. 이제 곧 기쁨이 올지니”라는 대목을 마음으로 당기고 또 당겼다. 문득 무엇인가 두려울 때도, 그리울 때도 나는 이 구절을 생각했다. 날마다 만나는 삶에서, 나 자신으로 하여금 간절히 부르게 하는 희망, 그것이 나의 내일이었다.

삶이 고통스럽거나 괴로울 때, 씹고 뱉는 희망이 비록 상처보다 더 누추하게 될지라도 마음만은 내일에 걸어놓고 싶었다. 그래서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중에서 “마음은 내일에 사는 것”이라는 구절에 가장 매혹됐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아직 덜 되어서 무엇인가 더 되려고 떠도는 삶이 우리들의 서럽고도 아름다운 삶이지 싶다. 오늘이 비참하다 해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그토록 슬프고도 비참한 삶이라도 어느 순간에 지나가버리고 마는 것이라고 푸시킨은 고통 속에 있는 나를 달래주었다.

살아 있는 추억이 되지 못하고 버려진 시간들, 용서되지 않는 일 때문에 괴로웠던 날들, 지키지 못한 맹세들, 약속들, 그토록 서럽고도 분통 터지는 모든 것도 다 지나가버리고 만다. 그래도 “지나간 것은 그리워지는 것”이라고, 그리움은 내 마음속에 있는 나 자신이라고 푸시킨은 말해주었다. 뒷모습에 책임을 질 사람이 나 자신 말고 누가 더 있느냐고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에게 가장 힘든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었다. 그 사이를 좁히지 못하고 나 자신 하나를 이기지 못해 괴로워하던 시절, 한 편의 시는 내게 공기였으며 바람이었고 신의 말이었다. 어떤 이는 외로워지고 싶어서 자꾸 지껄였다고 말하는데, 나는 지금도 외로우면 침묵과 함께 논다. 그래야만 지나간 것, 그것을 그리워할 수 있다.

괴로움을 통해서만 완전함을 이룰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믿기란 쉽지 않았다. 가장 괴로웠던 때에 나는 그 고통에 함몰되어 작품 한 편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그 고통과 내가 한 몸이 되어버렸다고 느꼈을 때에야 그 고통이 거름이 되어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아직 밝지 않은 수많은 날이 있듯, 오늘은 또 우리를 속이겠지만 내일은 오지 않은 희망처럼 우리를 믿게 할 것이다. 희망을 줄 듯 말 듯 속이는 삶을 어쩌면 우리는 더 사랑해서 그 끈을 질기게 잡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끈을 내일에 묶고 마음은 내일에 살고 싶어서 말이다.

- 『내일을 사는 마음에게』 중에서
(천양희 지음 / 열림원 / 327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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