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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잃어버린 7년
나는 어려서부터 어떤 형태로든 예술작품에서 받은 감동과 영감을 표현하는 것을 즐겼다. 열세 살이 채 되기 전에 영어와 불어, 중국어를 술술 할 줄 아는 나를 동네 아주머니들은 천재라며 관심의 대상으로 여겼다. 나는 나의 재능을 보여주는 일에 신이 났다. 그것은 일등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일등이 되어야지만 사랑을 받을 만큼 부모의 사랑이 조건적인 것도 아니었고, 바깥에서 인정을 갈구할 만큼 내면이 채워지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저 탁월함과 특별함을 보이는 게 너무 재미있었고 자아를 잊어버릴 만큼 빨려드는 게 내겐 흥분되는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학교에 들어가자 나의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칭찬하던 어른들도 돌변해서 중간고사 점수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원래부터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던 탓에 나는 목표로 했던 민사고를 포기하고 한 사립 여고에 들어갔다. 거기서 그나마 가장 진심을 담아 활동했던 것을 꼽는다면 학교 도서부 동아리였다. 도서관에는 민음사 세계문학시리즈 전 권이 구비되어 있었는데, 그걸 1번부터 순서대로 독파해나가는 게 크나큰 희열이었다. 바로 이때 나의 인생을 바꾼 세 권 중의 하나이자 니체가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양서”라고 평한 요한 페터 에커만의 저작 『괴테와의 대화』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이 책에서 괴테가 했던 말을 통해 ‘진정한 천재성’에 대한 정의를 나름대로 내리게 되었다. 괴테는 천재를 “의미 있고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고 활동하는 “생산력”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올리버 골드스미스가 쓴 시는 얼마 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그를 생산적 시인이라고 말하겠네. 그의 시 속에는 내재된 생명이 들어 있어서 영속될 수 있기 때문이지.”


바로 이것이었다. 내가 늘 궁금했던 것이었다. 나는 왜 어떤 스타들은 반짝하고 사라져버리는지, 주위에서 민사고에 하버드를 갈 정도로 똑똑한 모범생들이 왜 순식간에 그 빛을 잃어버리고 소리 소문 없이 평범해졌는지, 왜 그리도 일찍 생명력을 잃어버리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야 괴테가 말한 ‘지속적인 생명력을 지닌 생산적인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스탠리 웰스의 『셰익스피어, 그리고 그가 남긴 모든 것』과 피터 게이의 『모차르트: 음악은 언제나 찬란한 기쁨이다』, 두 전기를 읽고 나의 행동 모델에 가장 적합한 천재가 이 두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인류에 기여한’ 작품을 만들어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괴테의 천재에 대한 정의와 꼭 부합했다. 또 셰익스피어와 모차르트는 우울하고 비관적인 천재 유형이 아닌,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이었다는 점에서 나와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 생산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나의 충동은 이제 열망으로 변했다.

스탠리 웰스는 ‘셰익스피어의 잃어버린 7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20세 되는 시점부터 그의 공식적인 처녀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헨리 6세』를 들고 나온 27세가 되는 해까지 7년 동안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연구 끝에, 학자들은 이 기간 동안 셰익스피어가 이름 없는 한 소극단에서 극작가들의 미완성된 초고들을 수정해나가는 일을 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훗날 극작가로서 성장할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교롭게도 나는, 어려서부터 신동이라고 불리며 유럽 왕실 곳곳으로 연주를 다니던 모차르트에게도 이와 비슷한, ‘세상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성장할 시간’이 있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처럼 천재들에게는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초반에 대략 7-8년에 이르는 시간의 투입이 있었다. 이것은 모든 천재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공통된 현상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어떻게든 학교를 그만둬야겠다는 엄청난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 나에게는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이렇게 7년이라는 시간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기 위해서 보내는 시간이 아닌, 예민한 감수성으로 최대한 많은 것을 흡수하고 숙성시키는 시간으로 삼아 이론이든, 사상이든, 책이든 탁월한 작품으로 결과물을 보여주자.’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나는 벌써 열일곱 살이었고,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는다면 내가 그토록 열망하던 ‘창조적인 인물’의 꿈은 요원해질 터였다. 나는 열여덟 살이 되던 해를 나의 ‘셰익스피어의 잃어버린 7년’으로 명명하고, 스물네 살까지의 7년을 구상했다.

미국 사립학교 학생들이 머리를 쥐어짜며 셰익스피어 작품을 해석하고 있을 때 나는 셰익스피어의 삶을 연구했다. 그의 작품을 먼저 접하여 왜 셰익스피어가 위대한지를 주입받는 것이 아닌, 그의 삶을 먼저 연구하여 나와 비슷한 또래일 때의 셰익스피어는 어떤 수준에 있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발전해 나갔는지를 주목했다. 나는 ‘동양의 셰익스피어’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비밀의 문을 연 나는 더 이상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

- 『열일곱, 괴테처럼』 중에서
(임하연 지음 / 쌤앤파커스 / 312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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