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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에 나타난 음식 모티프와 “소극적” 저항
독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소설이 있다. 그 고통으로 삶의 불안을 더 느끼게 만드는 소설도 있다. 억압하고 있던 트라우마를 직면하게 하는 소설도 있다. 그리고 그 고통과 불안 때문에 우리는 비로소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되기도 하고, 일상의 관성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찾게 된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이 세 개의 단편으로 이어진 한강의 『채식주의자』 연작에서도 상처 입은 사람들이 나온다.

세 단편 중 <채식주의자>의 일인칭 화자는 영혜의 남편이다. 남편은 순응주의자로서 자본주의 기업 문화에 철저하게 적응하는 인물이다. 그는 “과분한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자신의 평범한 능력을 “귀하게 여겨주는 회사에서 내세울 것 없는 월급이나마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는 데 만족”하고 처형이 분양받은 아파트를 부러워하는 소시민적인 면을 갖고 있다. 영혜를 선택한 이유도 자신이 군림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자”로 보였기 때문이며, 회사 일에 몰두하는 자신과 정서적 교류가 전혀 없어도 묵묵히 가사 일을 충실히 해내는 점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아내가 갑자기 돌변하여 고기 요리를 거부하고 더 나아가 육식하는 남편의 몸에서 고기 냄새가 난다고 잠자리까지 거부하자, 이해할 수 없는 아내에게 분노한다. 회사의 중요한 회식 자리에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옷차림으로 나가서 고기 요리를 모두 기피하는 행동은 분노를 넘어선다. 영혜 남편의 상사 부인은 육식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 사회에서 정상적인 것은 육식주의자라고 강조하면서 채식은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고 자연스럽지 않다고 규정한다. 영혜는 단지 고기를 먹지 않았을 뿐인데 영혜의 그러한 행동은 모임에 참석한 좌중의 기분까지 끔찍하게 만들어버린다.

피해자인 영혜를 순식간에 가해자로 만드는 이 잔인함은 가족 공동체 속에서도 예외 없이 드러난다. 영혜의 남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장인에게 무슨 조치든 해달라고 요청한다. 가족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영혜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사회적 관계에서보다 더욱더 잔인한 형태를 보이게 된다. 영혜의 아버지는 그녀의 남편과 같은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철저하게 가부장적인 그는 영혜에게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는 개고기 사건의 주역으로, 그녀가 어릴 때부터 폭력을 행사해온 인물이다. 육식은 영혜에게 가부장적 문화의 폭력성을 상징한다. 월남전에 참전해 무공훈장까지 받고 영혜가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종아리를 때리며 키울 정도로 폭력적인 영혜의 아버지는 육질을 부드럽게 한다며 개를 오토바이에 매달고 죽을 때까지 끌고 달린 후 개고기 파티를 연다.

현재 영혜가 악몽처럼 기억하는 그 사건은 자신 안의 폭력성을 깨닫는 계기였고 자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고기를 먹으며 육식의 폭력성에 동참했다는 죄의식을 심어주었다. 그렇기에 언니의 집들이에서 아버지가 강제로 고기를 먹이려 하자, 칼로 손목을 그어 자해를 할 정도로 강력하게 저항한다. 영혜가 명치가 답답해서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이유도 지금까지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고,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잠 못 들고 악몽에 시달리는 것은 그녀 속에 존재하는 동물적 잔인성에 대한 이미지로서 “피 웅덩이에 비친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얼굴은 자신의 일면이다. 영혜는 꿈속에서 누군가의 목을 자르고, 깨어나서는 비둘기와 고양이를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영혜 아버지의 강압적인 조치도 효과가 없자, 영혜 남편은 아내에게 혐오감을 갖는다. 자신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놀람이나 당혹감을 넘어 구역질과 혐오감을 느끼는 것이다. 아내에 대한 혐오감을 영혜의 남편은 꿈속에서 아내의 배를 갈라 “길고 구불구불한 내장을 꺼내고 뼈와 근육을 모두 발라내”는 끔찍한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그도 동물적 잔인성을 갖고 있지만, 이를 직시하는 영혜와 달리 자신을 기만하고 은폐하기 때문에 꿈에서 자기가 죽인 사람이 누군지 깨어난 순간 잊어버린다.

그는 아내가 정신병원 앞뜰에서 젖가슴을 드러내고 앉아, 그와 대부분의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인간의 잔인성을 고발하듯 태연히 동박새를 물어뜯어 죽인 것을 발견한다. 그 순간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내와 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린다. 영혜가 자신의 출세에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그가 감추고 싶은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생산적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실은 약자를 잡아먹고 소화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폭력적인 사회의 일부라는 것을 외면하고 싶은 것이다.

이 소설은 영혜라는 초점 인물 자체보다는 각 단편의 일인칭 화자인 남편과 형부 그리고 언니에게 영혜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분석해 보면 겉보기에는 수동적이지만 실은 매우 적극적인 영혜의 저항의 의미가 잘 드러난다.

- 『한강, 채식주의자 깊게 읽기』 중에서
(정미숙 외 지음 / 더스토리 / 140쪽 / 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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