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을 바꾸어줄 무언가를 찾곤 한다. 내 인생을 바꾼 영화 베스트 파이브를 꼽아보기도 하고, 먼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기도 한다. 실제로 인도나 티베트 같은 곳으로 떠나는 행동력 있는 사람들도 있다. 파랑새는 집에 있다는 동화를 어릴 적에 읽었어도, 자꾸 그런 것은 히말라야 산맥에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거창하게 거기까지 안 가더라도 혼자 떠나는 짧은 여행에서 어느 순간 마음을 막고 있던 무언가가 턱 하고 빠지는 듯한 체험을 해본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그런 것을 기대하며 많이도 떠났다. 핀란드에 오로라를 보러 가기도 하고, 이 도시 저 도시에서 장기체류를 해보기도 했다. 늘 어떤 기대가 있었다. 이것을 계기로 막혀 있던 부분이 뚫리고 앞으로의 인생을 맑고 투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는 그런 판타지의 결정체 같은 영화다. 불행에 빠진 도시녀 줄리아 로버츠가 이탈리아에서 먹고 인도에서 기도하고 발리에서 사랑하며 진정한 자신의 삶의 템포를 되찾는다는 내용. 기분 좋은 판타지다. 실제로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꿈꿀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았고, 여행 후에 무언가가 풀렸다. 그리고 다시 아름다운 것들은 알 수 없는 서랍에 들어갔고, 새롭게 많은 것이 엉켜갔다. 더 복잡하게, 이제는 홋카이도 일주 정도로 털 수도 없다. 이제는 어느 서랍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좋아진 것일까, 나빠진 것일까.

나는 수많은 여행책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분명 당신도 나처럼 다시 허우적거리고 있을 텐데, 거기에 대해 써준다면 정말 열심히 읽을 텐데. 사람들은 듣기 싫은 걸까. 애당초 우리에게 허우적으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가. 누가 어른 세계의 기밀을 좀 폭로해주면 좋겠다.

만약 마음이라는 것이 나아가는 것이 아닌, 갔다가 돌아오는 것이라면.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고, 파랑새를 보고, 다시 잊고. 실수하고, 반성하고, 포기하고, 노력하고, 무뎌지고, 다시 아프고, 트램펄린 위에서 점프를 하는 것처럼 그렇게, 올라갔다 떨어지고, 아니 떨어진 덕에 다시 올라가고. 그러다 중력에서 벗어나는 찰나의 순간을 만나고, 다시 끌려 내려가고, 또 다시 점프하는 세계라면, 그렇다면 진짜 아름다움은 위에서 잠시 본 높은 풍경이 아닌 그 움직임 자체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후일담을 듣고 싶었다.

나의 경우,
일단은 더욱 형편없어졌다.

작아지는 날

즐거움 속에서 마음 한켠이 서늘해지는 날에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소외될 일도 없었을 텐데,
하고 바보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서로를 잘 알고 충실한 관계인 사람을 만나야
차가운 바람을 품지 않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는 걸까요.
하지만 그 바람도 결국 내가 만든 것이겠지요.

2015년 4월 어느 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먼지 티클 하나 없이
즐거움과 따뜻함만을 느낀 날입니다.
집에 와서 식탁 위에 그대로 있던
재활용 쓰레기들을 착착 치웠습니다.
이런 날도 있습니다.
일 년의 삼 분의 일이 이런 기분이라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겠지요

- 『익숙한 새벽 세 시』 중에서
(오지은 지음 / 이봄 / 264쪽 /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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