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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
사람들은 대부분 철이 없는 편이다. 출세한 사람이나 심지어 평범한 사람도 항상 자기를 높은 곳에 두고 산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내려다보거나 얕잡아 보며 살아간다.

이 짓을 하는 범인은 ‘에고’다. 에고는 자기가 자기에게 깜박 속아서 스스로 각색하고 스스로 연출 감독이 되고 배우 노릇까지 다 하는 1인 3역의 ‘가짜’다. 에고는 가짜다. 사람들은 자기 안에 여태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그래서 그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사용해 본 적도 없는, 깨끗하고 맑고 밝은 ‘존재의 바탕’이 있다는 것을 까마득히 모른다.

당신이 고요한 상태에서 당신 내면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 당신이 혼자만의 시간에 놓여 있을 때, 당신 안에서 쉼 없이 떠들고 소란을 피우던 자가 마침내 침묵할 때, 그래도 당신 안에 항상 남아 있는 ‘그자’! 당신은 모르고 살았지만 단 한순간도 당신을 떠나 본 적 없는 ‘그자’! 당신 안에서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자’가 바로 에고가 아닌 본래의 당신이다.

본래의 당신을 만날 때 당신은 철이 든다. 본래의 당신에게는 구분이 따로 없다. 본래의 당신은 높은 곳에도 낮은 곳에도 머무는 일 없이 언제나 여여如如하다. 그냥 있던 그대로, 있는 그대로다.

당신의 인생과 당신의 삶은 본래의 당신을 만나러 가는 과정이다. 본래의 당신에게 눈을 뜨기까지의 방황이다. 당신은 사실은 가출자다. 당신은 종국적으로 귀가하기 위해 나돌아 다니는 것이다. 삶은 ‘제정신’을 찾기에 앞서 미로를 헤매도록 입력되어 있는 숨바꼭질 시스템이다.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라 할지라도 앞으로 영원히 본래의 당신처럼 될 수 없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세상이 수천 번 바뀌어도 ‘맑고 밝은 것’을 능가할 수 없다. 본래 그렇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신과 내가 풀 수 없는 수수께끼다.

당신과 내가 익히 이름을 알고 있는 그 양반은, 돈에 관한 한 나라 안에서 최고로 높은 곳에 있었다. 그는 그 그룹 안에서 황제나 마찬가지였다. 그룹 사람들에게 그의 생각과 말은 법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그에게 낮은 곳으로 내려갈 계기가 찾아왔다. 그는 병원으로 실려갔으며, 그가 이전에 가졌던 엄청난 명함을 내려놓고 단순한 환자로 탈바꿈했다.

A는 높은 벼슬에 올랐다. 그는 자기가 놓인 곳이 어느 위치인지 무척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툭하면 자기 바깥의 것들을 통해서만,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서만 보이는 자기의 그림자 얼굴에 빠져 나르키소스가 되었다. 그는 자기가 힘을 가진 높은 곳에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더불어 돈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던 그에게 어느 날 말썽이 찾아왔다. 그는 의심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진 비리 수사대상에 올랐다. 그가 올랐던 계단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B는 재능이 뛰어났다. 사람들의 눈길이 그에게 쏠렸고 박수를 쳤다. 그는 툭하면 자기를 높은 곳에 두면서 사람들과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정작 그는 자기 자신에게 눈길을 돌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의 시력이 사물을 분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나빠졌다. 그는 실제로 장님이 되어가고 있었다. 의사는 그에게 모든 일을 그만둘 것을 권유했다. 끝내 그는 그가 지내던 높은 곳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제 보통 사람들의 시력이 무척 부럽다.

당신 바깥의 높은 곳은 헛자리다. 당신이 생각을 당신의 생명이 있는 내면이 아닌 당신 바깥의 높은 곳에 두었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잘못 놓인 것이다. 삶에는 높은 곳 낮은 곳이 없다. 그 이치를 빨리 알아차릴수록 당신과 나의 삶은 평온함이 커질 것이다.

베트남을 통일한 호치민은 겉으로는 가장 높은 곳에 있었지만, 자기 내면에는 높은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국가주석의 일과가 끝나면 가끔 경호원도 뿌리치고 혼자 시장 구경을 다니곤 했다. 사람들은 그를 주석이라는 이름보다 훨씬 더 높은 최상급의 호칭으로 불렀다. 그 호칭은 그냥 ‘할아버지’였다. 그는 그 호칭을 퍽 좋아했다.

물은 높은 곳에 머무는 법이 없다. 물은 마침내 수평을 이룰 때까지 멈추지 않고 흘러내린다. 당신과 내가 삶의 수평점을 찾는다면, 거기가 바로 참답게 높은 곳이다. 그곳은 바깥이 아니라 안에 있다. 그 수평점의 이름은 ‘본래의 당신’이다.

- 『사라져 아름답다』 중에서
(구영회 지음 / 나남 / 264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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